[콘텐츠포럼]IPTV 성공과 융합형 콘텐츠

 인터넷 멀티미디어(IPTV) 방송법이 2007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2008년은 방송통신 융합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 지난해 9월 IPTV 서비스 사업자 선정에 KT, SK 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이 선정되면서 많은 사람의 예측대로 거대 통신사 중심의 방송통신 융합이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몇 개월간 지상파 방송사들과 통신사들 사이의 재전송 관련 협상이 있었고, 12월에는 ‘Power on IPTV, Power up Korea’를 슬로건으로 내건 IPTV 상용서비스 출범식이 있었다.

 하지만 애초 기대처럼 2008년을 방송통신 융합의 원년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학자들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사업자 융합, 네트워크 융합, 그리고 서비스 융합 세 가지로 유형화한다. 네트워크 융합은 2000년 초 케이블TV 사업자가 케이블 망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미 시작됐다. 서비스 융합도 케이블 방송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함께 쓸 수 있도록 부가서비스로 제공한 것이 시발점이다. 따라서 IPTV법 시행은 규제를 풀어 통신사업자에게까지 이것을 확대 적용한 것일 따름이다. 또 77개 권역으로 나뉘어져 서비스하도록 돼 있는 케이블과 달리 하나의 거대한 통신사업자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많은 자본, 고도의 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투여해 서비스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방송통신 융합의 원년은 지금부터 10여년 전으로 돌아가야 맞을 듯하다. 통신사들이 방송산업에 참여하지 못했을 뿐 이미 케이블 방송산업에는 참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면에서 이젠 방통융합은 내용이 더 중요하며 그 핵심에는 ‘콘텐츠 융합’이 있다. 이의 핵심은 대규모의 양방향성이다. 방송사와 통신사업자가 서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송사처럼 대규모의 시청자를 한 번에 끌어들이는 곳이 없고, 통신사처럼 개인화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잘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하지만 지난날 시도됐던 케이블TV의 양방향 서비스, 지상파 데이터 방송의 부진한 성과가 ‘방송통신 융합환경’에서도 재연될 것 같아 우려된다. 콘텐츠 융합을 위해서는 기술적 이해와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먼저 콘텐츠 기획이 바뀌어야 하고, 이것에 맞춰 제작시스템과 그것을 둘러싼 문화가, 더 나아가 방송과 콘텐츠 자체가 변해야 한다. 이런 변화과정은 커다란 위험의 감내와 투자를 방송사에도 요구한다. 어떻게 보면 무료인 지상파 방송이 유료 방송으로 급속히 전환될 수도, 전통적인 방송의 사업모델인 TV광고가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에서 더더욱 그렇다. 컨버전스(convergence)는 융합 말고도 집중과 수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통신사업자에게 IPTV의 핵심이 콘텐츠 융합이고, 그중 킬러서비스가 융합형 콘텐츠라면 가장 먼저 서로 함께 일할 파트너의 의견을 수렴해 하나의 비전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컨버전스는 디버전스(divergence)를 위한 것이라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방송은 초기 IPTV를 위해 고객을 끌어 모으고, 통신사는 끌어 모은 고객들을 다시 여러 사업자에게 발산해 더욱더 혁신적 서비스가 출현하도록 해야 한다.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이런 비전을 방송과 통신이 공유해야 한다. 이런 내용적 융합만이 ‘케이블방송과 IPTV가 뭐가 다르지’하고 묻는 많은 사람의 의구심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김영주 SBSi 이사 kim@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