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뢰, 어디까지 왔나](중)정보 신뢰의 개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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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에 접어들면서 부쩍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홍모씨(41). 그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의학·건강·운동 등의 정보를 찾는다. 그의 즐겨찾기에는 20개가 넘는 관련 사이트가 저장돼 있는데 절반 이상이 블로그나 카페다.

 “건강 정보는 전문성이 중요한데 권위가 확인되지 않은 다른 이용자들이 올리는 정보를 어떻게 믿느냐”는 질문에 “단순히 정보 하나를 믿는 건 아니고 여기저기 올라온 관련 정보를 많이 확인해보고 전체적인 판단을 내린다”며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정보 가운데 올바르고 필요한 정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홍씨의 시각은 인터넷 상의 ‘정보 신뢰’ 개념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최근 진행한 ‘인터넷 정보의 유통 체계 분석 및 신뢰성 연구’에 따르면 카페나 블로그와 같은 정보 프로슈머(생산자이자 소비자)의 등장으로 △정보 신뢰의 개념이 유례없이 확장되고 있으며 △이용자들이 올리는 정보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TRC가 코리안클릭을 통해 300명의 국내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신뢰 조사’ 결과, 인터넷 사이트를 신뢰하는 이유로 △정보 접근 용이성 △정보 양 △정보다양성 △이용기간 등 4개 답변이 전체 응답의 80∼90%를 차지했다. 정보 정확성이라는 답변은 후순위로 밀렸다. 이는 정보 신뢰를 판단하는 전통적인 기준(정확성·안정성)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네티즌 300명에게 검색·커뮤니티·블로그 및 미니홈피·뉴스사이트 상위 20개 사이트를 제시하고 신뢰 사이트와 이유를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검색의 경우 정보접근 용이성과 정보 양이 25.6%, 21.0%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고, 사용기간과 정보 다양성이 뒤를 이었다.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사용기간(24.8%)과 정보 양(18.0%), 정보 다양성(17.5%), 정보 접근 용이성(12.7%) 순으로 나타나 채널 차이에도 불구하고 신뢰요소는 대동소이했다.

 연구에 참여한 배영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과)는 “인터넷 정보의 신뢰 판단에는 정확성과 안정성이란 고전적인 가치 외에 정보 접근성, 다양성과 같은 또 다른 속성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양성이나 접근성 자체가 정보의 신뢰는 아니지만 무수한 정보 가운데 ‘나에게 유용한 정보가 있다’는 개연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며, ‘나와 유사한 요구를 가졌던 누군가가 좋은 정보를 올렸을 것’이란 온라인 공간의 선의를 신뢰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온라인 정보는 신속하게 정보가 올라오고 이것이 오래지 않아 믿을 만한 정보로 바뀔 것이라는 주기성, 갱신성, 오프라인 정보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상호작용성 등도 인터넷 정보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변화는 인터넷 정보 생산체계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소수의 큰 권위집단(언론, 정부)이 정보를 생산해 단방향으로 유통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인터넷 대중화로 인해 카페나 블로그 등 다수의 작은 프로슈머 집단이 정보를 생산·유통하는 핵심 주체로 등장하면서 정보량과 정보의 의미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국내 네티즌 6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조사에서 UCC 제작이유에 대해 ‘자기 표현 및 홍보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30.0%로 가장 많았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와 ‘취미·여가 활동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각각 27.5%와 22.5%로 뒤를 이었다.

 정보의 생산 목적이 기존 권위형 집단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정보 개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체 완결성 △객관적 가치를 추구하던 정보의 개념이 △가변적이고 △확장성을 띠며 △주관적 실용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정보 신뢰를 판단하는 기준에서도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김성곤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인터넷 정보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온라인 공간 특성과 신뢰 속성에 대한 이해가 동반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욱기자 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