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초고속통신정책 딜레마

 미국 오바마 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고속통신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보다 넓은 지역에 보다 빠른 ‘정보 고속도로’를 건설해 미국민 모두가 정보화 혜택을 누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벽에 부딪힐 지 모른다. 바로 통신망이 있어도 쓰지 않는 이용자 문제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퓨인터넷앤드아메리칸라이프프로젝트(이하 PIALP)가 성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4명 중 1명(25%)이 인터넷을 쓰지 않고 있다. 이들은 가정 내 초고속인터넷은 물론이고 전화 모뎀도 없는 층이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 정도가 인터넷을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쓰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 중 33%는 온라인에 접속할 필요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또 응답자 중 7%는 인터넷 접속을 시간 낭비로 여겼고 바빠서 인터넷을 보지 않는다는 의견도 7%였다.

 인터넷에 접속할 방법이 없어서 쓰지 못한다는 의견은 13%에 불과했는데, 이는 적지 않은 미국민들이 통신망 부재 때문에 인터넷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흥미를 못 느끼고 시간 부족 등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걸 뜻한다.

 PIALP 측은 “비인터넷 인구의 대부분은 노년층과 소득이 적은 사회적 약자들”이라며 “전 국민의 정보화를 위해서는 초고속통신망을 구축하는 문제뿐 아니라 이들에게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