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저작권 보호, `단기속성 규제`론 안 된다

[ET단상]저작권 보호, `단기속성 규제`론 안 된다

 최근 음악파일 불법 유통을 방치한 포털사이트들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고 법무부가 저작권 위반으로 얻은 수익을 몰수 추징하기로 하는 개정법을 발표하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온라인 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저작권법 개정안도 지난달부터 국회 안건으로 상정돼 심사과정을 밟고 있다.

 저작권 보호는 시급한 과제다. 디지털콘텐츠, 소프트웨어 등 IT업계 종사자에게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기도 하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조사한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43%로 피해액만 5400억원에 이른다. 조사대상 108개 국가 중 열 다섯 번째로 큰 규모라고 한다. 저작권보호센터 통계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음악·영상·출판 분야를 합한 국내 불법복제시장 규모는 4조3955억원으로 합법시장 4조5370억원에 맞먹는 수치다.

 이 같은 현실은 참신한 기술력을 개발·보유하고 있는 국내 중견 IT업체들이 하나 둘 문을 닫거나 거대 글로벌 기업에 흡수돼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디지털콘텐츠 이용자가 무료 서비스와 불법복제에 길들어 있는 이상,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삼는 중소기업에는 자본과 기술력을 밑 빠진 독에 쏟아붓는 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의 저작권 보호 의지는 콘텐츠 개발자로서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명분도 있고 현실적인 개선 필요성도 자명한 이 사안이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냉철히 생각해봐야 한다. 불법복제 문제는 심각한 만큼 골이 깊다. 디지털콘텐츠를 공짜로 내려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풍토를 무 자르듯 단칼에 개선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관련 업계의 자정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포털 서비스 업체들이 저작권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클린인터넷 캠페인’을 전개하고, 정기적으로 저작권 보호대상 리스트를 공지해 ‘청정사이트’ 구현에 노력하는 사이트도 늘고 있다. 최근 저작권 보호 관련 개정안 입법 예고는 저작권 보호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부는 물론이고 업계 관계자, 관련 학계, 네티즌의 폭넓은 논의와 자발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힘들더라도 이해관계자가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을 찾아내야 한다.

 토론이 무르익거나 자정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강력한 규제부터 들어가는 것은 인터넷의 공유·소통 기능 위축은 물론이고 네티즌이나 포털 서비스 업체들에 대한 토끼몰이식 규제로 비화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업계, 이용자 가리지 않고 정부가 직접 서비스 정지나 시정을 명령하고 초등학생까지 저작권 침해 대상으로 삼아 고소·고발장을 남발하는 일이 아니다.

 저작권 보호와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저작권 보호산업이 전망 있는 미래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불법복제 유통을 짧은 시간에 잡으려다 보면 그 후유증과 손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업계 시각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합법적인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시장의 활성화다. 이를 위해서는 불법복제 온상에서 저작권 선진국으로 순조로운 체질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만을 앞세운 ‘단기속성 과정’보다 다소 더디더라도 이해와 동의를 모으는 ‘정도’가 우선이다.

 강용일 디디오넷 대표 cgdkang@dideo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