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1인 미디어, 일상을 점령하다

[상상을 현실로]1인 미디어, 일상을 점령하다

 2008년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는 여느 촛불집회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디지털 캠코더, 휴대폰으로 무장한 네티즌이 생중계하는 영상은 초고속 인터넷 망을 타고 빠른 속도로 동영상 사이트와 포털을 통해 확산됐다. 이들은 기존의 미디어가 다루지 못하는 영역까지 파고들며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환기했다.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는 과거에 작성했던 글들이 최근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지자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이디가 ‘미네르바’라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 없는 이의 경제예측에 기존 미디어는 물론이고 정책 입안자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반응하고 있다.

블로그, UCC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는 등장 이후 줄곧 기성 미디어를 보완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대안 미디어로 주목받아 왔다. 블로거 살람 팍스는 기존 언론이 닿지 못하는 이라크 전쟁 현장을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해 인기를 끌었고, 정치 논평을 주로 쓰던 가렛 그라프는 블로거 중 최초로 백악관 출입증을 받기도 했다.

이제 1인 미디어는 한갓 바람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 구조를 바꾸는 조용한 회오리가 되고 있다. 클레이 서키 뉴욕대 교수는 그의 저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에서 “기술이 평범해지고, 그 다음엔 사방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해지고, 마지막으로 너무 깊숙이 퍼져 있어 눈에 안 보일 정도가 돼야 비로소 심오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08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3세 이상 인구의 인터넷이용률은 76.5%고, 이용자들은 하루 평균 2시간씩 인터넷을 이용한다. 인터넷 이용자의 43.1%는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인터넷 멀티미디어 UCC 제작 및 이용실태 조사’에서 12세부터 49세 사이의 인터넷 이용자 중 35.9%는 매일 UCC를 접한다고 대답했다.

처음엔 새로운 세계였던 블로그, UCC 등 1인 미디어 플랫폼은 이제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언론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시각과 보도 내용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커지면서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1인 미디어에 참여하는 계층과 연령이 다양해지면서 영향력을 끼치는 분야도 다양해졌다. 초창기 1인 미디어의 활동은 정치, 스포츠, 경제와 같이 한정된 분야에서 도드라졌지만 지금은 제품 후기, 육아와 같은 일상적인 분야에까지 파고들었다. 발빠른 기업들은 파워블로거와 같은 1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이제 IT와 관련한 신제품 출시에서 블로거 간담회는 기자 간담회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물론 1인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기존 미디어가 지닌 검증 과정(게이트 키핑)이 없다 보니 도덕적 해이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1인 미디어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전파하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광우병 괴담이다.

정보편식 현상도 우려되는 1인 미디어의 역기능 중 하나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07년 인터넷 멀티미디어 UCC 제작 및 이용실태 조사’에서 따르면 UCC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연예인, 방송연예 정보와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주로 찾는 반면에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이런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밝게 점치고 있다.

댄 길모어 시민 미디어 센터(Center for Citizen Media) 창립자는 “중·장년층의 기술능력이 향상되다 보면 먼 훗날 블로그가 대중화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낙관했다.

또, 기존의 미디어들은 1인 미디어를 활용해 상생할 수 있는 미디어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스콧 무어 야후 미디어부문 대표는 “인터넷 업계에 직접 진출하거나 인터넷 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기술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앞으로의 미디어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제시했다.
이수운기자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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