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사이버모욕죄, 현실적 대안을 찾아

[ET단상]사이버모욕죄, 현실적 대안을 찾아

 최근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등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사이버모욕을 수사할 수 있고, 처벌 수위도 대폭 높인다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이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면서 댓글 등으로 타인을 모욕하는 행위가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또 불법정보가 게시되면 순식간에 전파돼 회복할 수 없는 피해도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사이버모욕죄를 입법하기 전에 되씹어 볼 것이 있다. 과연 현재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이 사이버모욕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없어 반드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야 하는지의 문제다. 형법 제311조는 모욕죄를 두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고 2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사이버 공간에도 적용되지만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에 이르지 않는 사이버모욕에는 적용할 수 없다.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3호에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형벌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공포나 불안을 유발하더라도 타인을 경멸하는 모욕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사이버모욕죄를 적극 신설하자는 견해는 사이버모욕을 규제해 관련된 범죄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쪽은 사이버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지나친 규제로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반되니 결코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부나 체제에 대한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까지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고, 혹자는 아예 초가삼간을 태울 의도로 벼룩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렇다. 표현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타인의 권리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그것과 조화를 이루어야만이 진정한 표현의 자유가 아닐까.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21조다.

 타인의 권리나 공익을 침해하는 사이버모욕은 당연히 규제돼야 한다. 모욕이 단순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면 친고죄로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사이버모욕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넘어 사이버 공간의 질서를 침해, 사회 전반의 공익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친고죄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고 널리 적용해서 우리의 젊은 초·중·고생이나 대학생들을 전과자로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대안을 찾아보자.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3호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주는 불법 정보를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으니 이 조항을 적절하게 개정하는 것이 좋겠다. ‘반복적으로’ ‘불법정보를 게재해’ ‘타인을 경멸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것이 개인의 권리만이 아니라 공익까지 훼손하고 있다면 이를 처벌하는 것으로 하되, 처벌은 신체를 구속하는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이 좋겠다.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병행해 운영하면 그만큼 실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별도의 사이버모욕죄 신설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누군가의 말처럼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누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sjl@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