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터넷](5·끝) 전문가 5인,미래 인터넷을 말하다

[新인터넷](5·끝) 전문가 5인,미래 인터넷을 말하다

◆ 기술-김국현 MS 부장

 “현실과 인터넷 공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질 것입니다. 살아가는 모든 현실 자체가 인터넷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래 인터넷 사회에서 각광받는 기술은 ‘접점(touchpoint)’과 관련된 기술일 것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에반젤리스트로 꼽히는 김국현 한국MS 플랫폼사업본부장은 IT·트렌드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의 소유자다. 그가 운영하는 ‘김국현의 낭만IT(www.goodhyun.com)’ 블로그가 늘 북적거리는 것도 이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현실 세계와 온라인 공간의 두 접점이 매우 팽창할 것으로 보고 더욱 많은 사람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혀 다른 접점은 웹을 팽창시킬 것”=웹은 계속 팽창한다. 그 도구는 새로운 형태의 접점이다. 김 부장의 예측이자 확신이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터치포인트가 생겨날 겁니다. 10대부터 90대 노인까지 누구나 간편하고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터치포인트를 기술로 구현한다면 미래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겠죠.”

 김 부장은 IT 분야 엔지니어 출신답게 미래 인터넷을 변화시키는 핵심은 단말기와 유저인터페이스(UI) 등 접점 기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접점을 잡는 자가 미래 인터넷 기술의 열쇠를 잡는다는 것이다. 그는 “초창기 인터넷 발전의 원동력이 된 기술이 클라이언트-서버형의 인프라와 이에 동반되는 질의 및 응답의 웹 문화였다면 지금은 커다란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끼리 P2P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접점 기술이 발전해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웹 문화의 팽창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90세 할머니는 웹에서 소외돼 있다. 하지만 가령 할머니가 멀리 떨어져 사는 손자의 모습을 보고 싶을 때 손가락 터치만으로 무선 인터넷상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기술과 디바이스가 상용화돼 저렴한 가격에 효도 선물로 히트를 친다면 궁극적으로 90세 할머니도 온라인 공간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웹 공간의 질적 변화다.

 ◇누구나 웹에서 지적 활동을 폭발시킬 수 있어=인터넷에 접속한 개인은 이미 컴퓨터 그 자체다. 지적 활동이 폭발적으로 이뤄진다. 김 부장은 이를 “CPU와 보조기억장치가 개인에게 주어졌다”는 말로 표현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를 가진 자가 부를 축적하는 구조지만 그 도구는 소수만이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김 부장은 “스토리지면 스토리지, 네트워크면 네트워크 모든 것이 점점 싸지고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요즘 젊은이는 CPU를 서너 개 두고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제 누구나 웹에서 자신의 지적 활동을 폭발시킬 수 있는 생산도구를 가지게 됐다는 뜻이다.

 그는 또 “지식이나 정보가 쌓이는 인터넷은 하나의 보조기억장치와 같다”며 “지식을 어떻게, 어떤 채널에서, 무엇을 활용해 끄집어낼 수 있는지를 학습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새롭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양식, 문화, 생활이 (변화에 적응을 못한 채) ‘놀라고 있는’ ‘적응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인터넷은 네거티브가 통하지 않는다”=미래 인터넷의 발전 양상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현실 인식이 필수다. 올해 강도 높게 이어지는 인터넷 규제를 놓고 김 부장은 ‘완전 난센스’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만약 할 수 있다면 해보라고 하겠지만 작업의 양과 질 자체가 정부나 제도권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고 전제한 뒤 “오히려 서비스 사업자들이 품질 관리를 위해 스스로 나설 시기가 올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사업자와 사용자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네티즌이 고약한 이유는 짜증나는 현실에서 착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라며 “네티즌에게 이제 (착해야 할) 인센티브를 제시해 나가는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무분별한 네티즌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표현의 자유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착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며 “익명으로 무책임하게 지껄이고 사라져 버리는 표현의 자유아 아닌, 반론이나 반박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송경재 경희대 교수

 “현재 인터넷으로 인한 많은 일은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수동적이었던 시민이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유독 인터넷에 대해서만 과도한 비판을 하는 것이야말로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이죠.”

 송경재 경희대학교수는 국내에서는 그렇게 많지 않은, 사이버 공간의 정치현상과 함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학자다. 그는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정치, 사회현상은 오프라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현상만 따로 떼어내 해석하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사이의 소통 문제”=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인터넷상의 정치, 토론, 논쟁은 지속적인 분열, 논란, 분쟁 양상만 보이는 소모적 특성을 보인다”는 시각에 반대한다. 송 교수는 “TV토론에서 양자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프라인에서도 우리의 토론 문화는 이제까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자기강화’ 효과만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정치와 논쟁의 행태가 온라인에 투영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현재 인터넷 문화가 의견의 ‘발산’에만 치우쳐 있다는 점에는 비교적 공감한다. “오픈된 공간은 주어졌는데 정작 여기에서 발현된 의견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의 피드백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참여에 대한 호응을 보여주고 이를 북돋운다면 인터넷을 통한 정치문화가 오히려 업그레이드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의 정치적 자유 위축 우려”=송 교수는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인터넷 규제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강력한 규제국가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도 봤다. 그는 “선거법 93조 제1항과 정보통신망법 임시조치만 해도 이미 강력한 규제 수단인데 여기에 최근 규제 시도가 더해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가 강력해질수록 인터넷 사업자와 사용자에 대한 겁주기 효과(chilling effect)가 나타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시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조치들은 인터넷을 통해 나타나는 폭발적인 사회적 에너지를 억누르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터넷으로 발산되는 에너지를 차단해서는 안 되며 흡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무시하거나 두려워할 필요 없이 사회적으로 적절히 이용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액터(actor)가 아닌 테이블 세터(setter)”=그는 정부의 역할이 지금처럼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직접 좌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판을 깔고 규준을 만드는 인프라적 측면을 고민해야 하며 그 위에서 발생한 행위자 간 문제는 행위자끼리 합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송 교수의 주장이다.

 송 교수는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의 해결은 개인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전제한 뒤 “현재 망, 네트워크와 관련된 기본법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의 근본 목적은 네트워크의 올바른 사용과 진흥을 촉진하는 것인데 정작 내용엔 포털 등 서비스 사업자를 규제하는 부분이 늘고 있다”며 “이 같은 기본 모순으로 인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의 활성화가 저해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회 주류층도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이를 적극 흡수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층부터 인터넷과 능동적으로 소통해야만 인터넷으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가 사회 전반에 균형 있게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광우병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됐던 초기에는 관련 조언을 하거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며 “그러나 정치권이 이를 이상한 현상으로 치부하면서 상당수의 사람이 반정부 정서를 갖게 된 것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소통은 여전히 절실한 부문”이라고 말했다.

◆­최경진 굿모닝증권 수석연구원

 “아직 인터넷 경제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쇼핑몰, 광고 등 실물 경제의 흐름에서 인터넷이 빠지면 안 되는 영역이 늘면서 인터넷이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입니다.”

 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수석연구원은 게임, 포털 등 인터넷 비즈니스 흐름을 읽고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분석·예측하는 전문가다. 그는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쏟아내는 인터넷 관련 규제 역시 인터넷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실 속 보이지 않는 경제=인터넷 경제는 실물 경제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최 연구원은 “광고, 통신 산업, 유통 등 실물 경제의 영역에서도 인터넷이 빠지면 안 되는 부분이 늘면서 실물 경제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국내 인터넷 산업의 문제로 대형 포털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꼽았다. “우리나라 포털들은 공유가 아닌 소유의 개념으로 기업을 성장시켜왔다”며 “이것이 자유로운 시도를 위축시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공존의 길을 모색했지만 국내 포털은 자사의 서비스 안에 편입시키는 형태여서 획기적인 모델 출현을 막았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NHN의 자기자본비율(ROE)이 구글의 두 배 이상이지만 이는 수익성이 좋아서가 아니라 신규 투자가 그만큼 적다는 방증”이라며 대형 포털의 새로운 투자 부진도 산업에 활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업에서 지속적인 서비스를 발굴함과 동시에 투자자 역시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다양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투자를 늘리는 등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도 갖추기 위한 법 필요=우리나라 인터넷 정책의 문제로는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법안의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을 지적한다. 최근 들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검색사업자법, 신문법 등 인터넷 산업과 관련된 법안을 쏟아내는 것을 놓고 최연구원의 시각은 지극히 비판적이다.

 “산업이 발전하는 데 필요한 제도를 갖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통제하기 위한 법안과 규제”라며 “당장 포털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체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관련 정책이 통제 위주의 규제만 있고, 실질적으로 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마련돼 있지 않음으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때 기업이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해 시간적인 낭비가 큰 측면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책을 수립할 때 산업의 이해를 바탕으로 각 정부부처 간의 견해 차이를 좁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바일은 또 다른 기회=최 연구원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는 것은 모바일 인터넷 분야. 해외에서 스마트폰, 넷북, MID 등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선보이면서 모바일 인터넷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그는 “구글이 모바일 플랫폼에 뛰어드는 이유도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서”라며 “지리정보와 결합한 모바일 광고 등이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디바이스 생산자, 통신사업자 등 세트 메이커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삼성·SKT와 같은 리딩 컴퍼니가 실패를 두려워해서인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적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