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모욕죄 도입, 전문가 5인에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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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감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긍정적으로 보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이 법안 도입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평소 인터넷 산업과 법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온 법조전문가 5인에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터넷상에서 명예훼손·모욕 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하지만 처벌 강화가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처벌 강화에는 부정적=전문가 5인들도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권헌영 광운대 법대 교수는 “명예 훼손과 달리 단순히 욕설이나 비방을 하는 모욕은 매체에 대한 차이가 없다”며 “현행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정완 경희대 법대 교수는 “최근 자살한 일부 연예인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실제로 피해자가 받는 충격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이대희 고려대 법대 교수는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드는 데 동의하지만 정치적 남용, 강화된 처벌은 안된다”고 답했다.

 ◇반의사불벌죄 적용은 글쎄=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하자는 내용에 대해서는 법안을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사를 할 수 있지만, 처벌 여부는 피해자의 결정에 따른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모욕은 매우 추상적이고,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도 다른데 이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수사할 권한을 주면 전 국민이 대상이 될 위험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희 교수는 “특성상 당사자가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것을 옳다, 그러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대답했다.

 ◇홍보, 교육 강화가 더 시급=전문가들은 법안 도입 찬성 여부를 떠나 사이버 윤리 교육·인터넷 이용 문화 개선 등의 노력이 수반될 때 악성댓글, 사이버 명예훼손·모욕과 같은 역기능이 해소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05년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주장한 바 있는 정완 교수는 “사이버 모욕죄는 보완책”이라며 “법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인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빼고 논의가 진행되는 점은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현재 있는 법조차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사업자의 노력, 전체적인 문화 향상이 같이 가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

*사이버 모욕죄란

인터넷 상에서 욕설·비방과 같은 모욕을 할 경우 범죄로 인정해 별도의 처벌조항을 두자는 내용. 한나라당은 현행 형법상 모욕죄와 별개로 정통망법에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명예훼손은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 상대방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경우에 적용되며, 모욕죄는 단순한 욕설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