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야심에 찬 방통위

[기자수첩] 야심에 찬 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가 ‘독임 행정기능 강화’를 향한 외줄 타기를 시작했다. 시장 규제에 산업 진흥을 버무려 더욱 강력한 방송통신 행정기구로 거듭나기 위해 되돌아설 수 없는 외줄 위로 걸음을 내디딘 것.

 4일 오전 방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이 같은 의지가 뚜렷했다.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한데다 △방송 ‘산업’ 성장 촉진 △휴대인터넷(와이브로)·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방송콘텐츠 해외 진출 △그린IT를 활용한 에너지 절약형 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 마치 옛 정보통신부 정책들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효과적인 방송통신 콘텐츠 ‘진흥’ 추진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범정부 협의체’를 운영하고, 관련 재원인 방송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융합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설치하겠다는 등 독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방송통신 관련 △서비스(방통위) △인프라(행정안전부·방통위) △기기·단말(지식경제부) △콘텐츠(문화체육관광부·방통위) 등 뿔뿔이 흩어진 진흥기능을 한곳에 묶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궁극적으로는 방통위가 규제를 맡고, ‘정보미디어부’와 같은 산업진흥 독임제 부처를 따로 두되 두 기관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는 체계로 발전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타 부처로 넘어간 방송통신 산업 진흥기능들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거나 “돈(기금)은 통신사가 내는데 쓰는 곳은 따로”라는 산업계 볼멘소리도 독임 행정기능을 강화하려는 방통위 의지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위원회 조직에 산업진흥기능을 담는 데에는 예산 확보·집행 등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경부 등 유관 부처와 중복·충돌할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방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에 담아낸 ‘방송통신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발전구조’를 정착하기 위한 △공공·공익성 콘텐츠 제작지원 △제작·유통 지원 클러스터 구축 △기업 투자 유도 등을 이루려면 지경부·문화부 등과 이견부터 조율해야 한다. 야심에 찬 방통위 행보에 유관 부처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흥미롭다.

  이은용기자<정보미디어부>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