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 `존폐 위기`

 기술 중소·벤처기업의 확실한 자금줄 역할을 담당한 기술보증기금이 또다시 존폐 위기에 놓였다. 기술 벤처 자금 대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5일 관련 정부 당국 및 기관에 따르면 정부 공공부문 개혁안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통합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 기관 통합은 사실상 신보가 기보를 흡수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공공부문 개혁안은 다음달께 확정될 예정으로 공기업·공공기관 가운데 산업은행 등 일부를 민영화하고 나머지 일부 기업(기관)을 통폐합 또는 구조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통폐합안이 확정되면 기술력 하나만으로 기보의 보증을 이용했던 수많은 기술 중소·벤처기업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상대적으로 담보가 부족한 벤처들은 기술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에 전문가뿐만 아니라 업계도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정화 벤처산업연구원장(한양대 경영대 교수)은 “우리나라에 엔젤 투자자나 연기금의 벤처 투자기반이 확실히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신·기보 통합은 분명히 기술금융 부문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간에서는 당장 자금난에 닥칠 것이라는 경계다. 백종진 벤처산업협회장도 “기보는 기술 위주의 벤처와 이노비즈기업을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신·기보가 통합된다면 IT산업이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미숙 이노비즈협회장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가운데 기보 보증을 이용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통합된 기관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도 까다로운 기술보증에 쉽게 나설까 우려된다”면서 양 기관 통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공기업(기관) 통폐합 움직임 속에 기술 벤처업계가 통합에 민감한 것은 신·기보 양 기관이 명칭은 유사하지만 기능은 확연히 구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보는 기술의 시장성·사업성 등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평가를 통해 보증지원을 하고 있으며, 신보는 실적 위주의 일반 평가를 하고 있다. 기술을 담보로 자금지원을 받아왔던 기술 벤처기업 입장으로서는 통합이 바로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보는 지난 1989년 기술보증 필요성에 따라 신보에서 독립했으며, 보증 규모는 작년말 현재 11조2500억원으로 신보(약 29조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보는 기술평가시스템의 지속적 개선을 통해 지난해 대부분인 95%를 기업의 재무보다는 기술의 사업성과 기술성을 바탕으로 한 기술평가보증을 실시했다.

 권상희·김준배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