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소 민간투자 정부가 `발목`

 공인전자문서보관소(이하 공전소)를 도입하는 곳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일부 부처가 전자문서를 종이문서와 같은 효력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정부정책이 수년간 엇박자를 계속하고 있다. 업계는 이대로 간다면 공전소의 활성화는 물론 이미 구축해 놓은 공전소도 절름발이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며 시급한 조율을 촉구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은행권 최초로 공전소를 설치키로 하고 6월에 사업자 신청을 내고 12월에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하나지주는 이미 시스템을 구축할 우선협상대상자로 SK C&C를 선정했다.

 국민·신한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공전소 사업 진출을 준비 중에 있으며 KTNET·LG CNS·삼성SDS 등은 이미 공전소를 설치해 놓고 다각적인 사업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전자거래기본법에는 전자문서가 요건을 갖출 경우 관계 법령으로 정하는 문서의 보관에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나 국세 및 법인세법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세금계산서 및 국세 관련 서류를 전자화문서로 대체할 수 없다’며 국세기본법에서 전자문서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공전소 보관문서에 대한 국세기본법·법인세법 상의 효력에 대한 유권해석’을 지난해 법제처에 의뢰했지만 당사자인 기획재정부는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제처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어수선한 때문인지 기획재정부가 여전히 입장을 밝혀오지 않아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제처는 “부처 의견 수렴 후에도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유권해석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해 상황에 따라 유권해석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전자문서는 전자문서대로 보관하면서 국세와 법인세 관련 종이문서를 별도로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석 하나금융지주 공전소 설립추진단 팀장은 “정부가 만들어 놓은 법에 따라 사업을 준비해 왔는데, 부처별로 의견이 다르다면 사업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업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의 조속한 해결을 당부했다.

 일부 예비사업자들은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지 못한 채 관망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BPR추진팀 조용두 차장은 “지난해 공전소 설립을 위한 TF를 가동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전소를 활용한 금융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인 스타뱅크 김송호 회장도 “(충돌되는) 관계법의 정비를 전제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부처간 협의를 촉구했다.

◆전자문서관련 법률 배치 조항

-전자거래기본법 제5조(전자문서의 보관) ② 종이문서 그 밖에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지 아니한 문서(이하 전자화대상문서)를 정보처리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문서(이하 전자화문서)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출 경우에는 그 전자화문서를 보관하는 것으로 관계 법령으로 정하는 문서의 보관에 갈음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국세기본법 제85조의3(장부등의 비치 및 보존) ① 납세자는 각 세법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모든 거래에 관한 장부 및 증빙서류를 성실하게 작성하여 비치하여야 한다. 납세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장부와 증빙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산조작을 이용하여 작성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처리과정들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자기테이프·디스켓 기타 정보보존장치에 의하여 보존하여야 한다. <개정 1998.12.28>

-법인세법 제116조(지출증빙서류의 수취 및 보관) ①법인은 각 사업연도에 그 사업과 관련된 모든 거래에 관한 증빙서류를 작성 또는 수취하여 제60조 규정에 의한 신고기한이 경과한 날로부터 5년간 이를 보관하여야 한다.

 심규호·김준배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