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LCD 원재료 구매가 인상"

 LG디스플레이가 역대 처음으로 LCD 패널의 일부 원재료 구매 단가를 이달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국제 유가·원자재가격이 급등한 데 따라 중소 협력사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패널 업체가 협력사에 과다한 판가인하 압력을 가해왔다는 본지의 보도<3월 5일자 3면 참조>와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패널 업체의 불공정행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는 패널 보호용·방열용 철판과 박막트랜지스터(TFT) 증착용 실렌 등 핵심 부품·재료 구매 단가를 이달부터 5∼20% 인상해주기로 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LCD 부품·재료의 원료로 쓰이는 철·불산·프로필렌·실렌·헬륨 등 원재료 가격도 덩달아 인상된 데 따른 가격 현실화 조치다. 올 연간 단위로 환산하면 200억원가량의 구매 대금을 인상시켜주는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고유가와 환율 하락에 이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중소 협력사들이 어려운 경영상황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협력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동반 성장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또 1차 협력사들과 협의를 거쳐 2·3차 협력사들에도 원재료 가격 인상률을 감안해 부품·재료 가격을 높여주기로 했다.

 그러나 납품가 인상 효과를 얻는 업체들은 철판 케이스 협력사와 화학약품 공급 업체 13개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이윤 압박에 시달리는 BLU를 비롯해 상당수 부품 협력사는 이번 구매 단가인상 혜택에서 제외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패널 공정용 화학약품은 상대적으로 덜 쓰이는 품목이어서 협력사에 주는 가격인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부품·소재 납품 단가의 현실화를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우영의 부도 사태도 납품단가 인하보다는 무리한 사업확장에서 비롯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 측은 “서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범위에서 협력사들과 계획적으로 납품단가를 협의한 다음 책정하기 때문에 큰 폭의 가격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는 최근 우영의 부도 원인 가운데 하나가 패널업체들의 무리한 구매단가 인하 압력도 있다고 보고, 삼성전자 LCD총괄을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전례 없이 원재료 가격을 인상하고 나온 것도 공정위 조사의 불똥이 튀지 않을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고질적인 병폐로 굳어졌던 패널 업체의 판가인하 관행이 이번 기회에 어떤 식으로든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