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S, 컴덱스의 교훈을 생각할 때

 미국의 대표적 산업 전시회 ‘CES’. IT전문 전시회로 명성을 날린 컴덱스가 지난 2003년을 끝으로 문을 닫자 최대의 전자박람회로 자리 잡았다. IT업체 사이에선 “CES에 나온 신제품을 보면 해당기업의 그해 실적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까지 있다. 그러나 올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시회에 온 참관객은 “특성 없고 너무 비싸고 이러다 컴덱스나 세빗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 행사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CVV)의 임대료는 해마다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중소기업은 엄두도 못 낸다. 부대행사가 열리는 베네시안호텔의 미팅룸이나 세미나실을 예약하려면 상당수의 객실을 함께 구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 150달러인 호텔 투숙비도 전시 기간엔 600달러까지 오른다. 노조와 연계된 물류 회사를 통하지 않으면 전시품 입고도 어렵다. 최고급 호텔인 시저스팔래스는 3000개 객실 전체가 하루종일 인터넷이 불통돼도 사죄나 배상은커녕 원인을 모르겠다며 두 손을 놓았다. 고객 대다수가 인터넷 없이는 못 사는 비즈니스맨인데도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IT산업의 굵직굵직한 트렌드와 이슈를 더이상 제시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 IT산업의 간판 스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마저 올해를 끝으로 CES 기조발제에서 손을 뗐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비슷한 기간에 열리는 자체 행사에 집중한다.

 주최자인 게리 사피로 CEA 회장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고객을 만날 기회를 갖는 것”을 CES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런 목적이라면 머지않아 미국 대신 중국으로 가게 된다. 전문성도, 미래 청사진도 없는 미국 전시회는 더 이상 영양가가 없다. 한국에서 전문 전자전시회를 통합해 올해 처음 열리는 WIS 주최 측이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정지연기자<국제부>@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