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윤종수 서울북부지법 판사

[이사람] 윤종수 서울북부지법 판사

 “편견을 깨는 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5일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의 5돌을 축하한 CC 호프 데이(Hope Day) 행사를 이끈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43)는 기존과 다른 생각을 해 보는 게 CC의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모든 저작물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분하거나 내가 만든 저작물을 꼭 나만 써야 한다든지, 내 저작물로 남이 돈을 벌면 안된다는 생각 모두 다 편견일 수 있죠.” 당연시했던 구습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가치와 문화를 생산하려는 CC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다는 말이다.

 CCL은 ‘모든 권리의 사용자 유보(All Rights Reserved)’가 아닌 ‘일부 권리의 사용자 유보(Some Rights Reserved)’를 내세운 공유 저작권 개념이다. 미국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에 가 지난 2002년 12월 16일 첫 버전을 발표했으며 윤 판사는 지난 2005년 ‘CC코리아(CCK)’를 설립한 이후 프로젝트 리더로 한국 CC 운동을 이끌어왔다.

 그는 PC통신 시절, 하이텔에서 법률 토론모임인 ‘법촌’을 주도한 인물. 당시부터 온라인상 저작권 문제가 그의 관심사였다.  윤 판사는 “단순한 공유만으로도 이전에 없던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다는 CC 정신에 매료돼 CCK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CC와 CCL을 단순한 저작권 보호 차원이 아닌 자유, 공유를 위한 사회·문화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환경의 확산으로 저작권 보호 문제가 대두되면서 CCL이 부각됐지만 진짜 목적은 결코 저작물 사용 억제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CC 코리아의 키워드가 ‘창조, 나눔으로 모두가 함께 하는 열린 문화’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윤 판사는 2005년보다 한국에 CCL이 확산된 것 자체는 뿌듯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CC를 통한 창조가 활발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실제로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인터넷 사용자는 저작물에 가장 자유도가 낮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의 CCL을 적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아직은 자신의 것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여력, 여유, 마음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런 토양에선 인터넷이란 광활한 공간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요?”

 CCK는 내년 1월을 기점으로 커뮤니티 형태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창조성 공유에 중점을 둔 CC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사단법인화를 이미 올초부터 계획했지만 CC의 확산으로 실체를 갖고 실질적인 활동을 벌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던 것. “NHN, 다음 등에도 CC 적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자들이 참여해 준다면 CC 운동에도 큰 반향이 있겠죠.”

 윤 판사는 자신의 것을 공유하는 CC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창조라며 누구나 한번쯤 CC에 참여해 보기를 권유했다. CC가 추구하는 “프리 컬처(Free Culture)에서 프리는 ‘무료’가 아닌 다양성과 자유입니다. 앞으로 단순한 CCL 적용만을 늘리는 운동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에 일조할 수 있는 활동을 해 나가겠습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