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캘리포니아 산불과 웹2.0

[현장에서]캘리포니아 산불과 웹2.0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는 ‘산불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발발한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잡혔다는 소식에 안도한 지 10여일 만에 휴양지 말리부에서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제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를 우려할 정도로 화마가 남긴 상처는 깊다.

 1차 산불의 최대 피해 지역은 내가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남부 샌디에이고였다. 나 역시 대피 명령을 받고 하룻밤을 호텔에서 지냈다. 산불이 확대되자 곧바로 국가재난으로 선포됐고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국토안보부 장관은 일주일 동안 샌디에이고에 머물렀다. 부시 대통령도 피해 지역을 방문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5년 카트리나 태풍 이후 최악의 재해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산불에 대한 신속한 대응만큼은 카트리나 태풍 때와 대조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로 인정되고 있는 것. 여기에는 2004년 발발한 세다 산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대응체계 구축과 정보기술(IT)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피지역으로 지정되면 ‘리버스 911’라는 시스템을 이용, 주민 가정의 개별 전화로 대피명령을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또 환경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구축된 무선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현장의 실제 영상을 산불 대응본부에 전달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웹2.0의 역할이 빛났다. 산불의 기본적인 정보는 TV를 통해 얻었지만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와 구글맵에서 화재현황·교통·대피지역·대피소·피해건물 등 세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로 가족 및 친구의 안전 상황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했다.

 가장 큰 대피소였던 샌디에이고 퀄컴 경기장에 무선랜이 우선적으로 공급됐다. 산불 대응이 모범적이었던 이유와 IT는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생각해 본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UCSD 초빙교수 jysoo@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