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2)]게임코리아를 만나다-한국은 `e스포츠 메카`

 한국에서 뿌리내려 세계적 문화 콘텐츠로 뻗어 나가고 있는 e스포츠. 그 e스포츠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국내에 등장, 당시 한국에 막 생기기 시작하던 PC방 문화와 결합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잠시 스쳐가는 변덕스런 바람 정도로 여겨졌던 그 열풍이 ‘현상’이 되고, 문화가 되면서 오늘날의 e스포츠를 탄생시켰다. 불과 10년 만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고 하나의 산업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셈이다.

게임과 전문 선수, 팬과 미디어와 기업이 결합한 e스포츠가 존재할 수 있음을 세상에 알린 e스포츠는 한국이 세계에 선보인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지난달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전기리그 결승. 어느 덧 ‘e스포츠의 성지’로 자리잡은 광안리에는 이날 줄잡아 4만 이상의 관객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요즘 다른 그 어떤 인기 스포츠에서도 보기 힘든 관객 동원 능력이다. e스포츠 팬들은 게임과 인터넷에 익숙하고 스타에 대한 애정과 커뮤니티의 결집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임요환 같은 스타 팬까페의 회원 수는 60만을 헤아린다. 더구나 e스포츠의 팬층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 모든 마케터들이 잡고 싶어하는 계층이다. 이에 따라 전자·IT는 물론 의류 등의 소비재, 금융·조선 분야 업체들까지 팀 창단과 대회 스폰서 등에 나섰다. 게임단 운영 비용은 보통 연간 12억원 정도로 160억원이 들어가는 프로야구단의 10분의 1 미만이지만 비용 대비 홍보 효과는 3∼4배에 이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성장한 77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e스포츠 10년=이렇게 e스포츠가 자리잡은 것이 불과 10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1997년부터 산발적으로 게임 대회가 열리며 e스포츠의 첫단추가 끼워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98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등장했다. 동네마다 생기기 시작한 PC방과 집집마다 깔린 초고속인터넷은 네트워크를 통한 대결이 가능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에 불을 질렀다.

이 해에 신주영 선수가 세계 스타크래프트 래더 토너먼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프로게이머’의 탄생 가능성을 알렸다. 이듬해인 99년 ‘쌈장’ 이기석의 TV CF 등장은 e스포츠를 전 국민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00년을 전후해 마니아층과 PC방을 중심으로 경기단과 소규모 리그들이 생기며 스포츠화의 가능성이 엿보였고 같은해 전자신문이 최초로 ‘e스포츠’ 섹션을 신설하면서 e스포츠라는 용어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 등 게임 전문 채널이 생겨 게임 중계를 시작하면서 선수와 관객, 미디어가 존재하는 스포츠의 틀이 잡혔다.

2004년 이후에는 정부가 e스포츠 육성 정책을 펴고 대기업의 창단 러시, 고액 연봉 선수 등장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도전과 응전=그러나 10년을 맞은 국내 e스포츠는 위기와 기회가 엇갈리고 있다. 등장한 지 10년째인 스타크래프트 한 종목에 치우친 e스포츠의 인기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이란 우려가 높다.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줄고 있고 e스포츠 방송의 시청률도 정체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자사 게임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뜻을 비추고 있어 기존 e스포츠의 구조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e스포츠의 국제화를 주도하겠다는 한국의 포부도 시험대에 섰다. 워크래프트3·카운터스트라이크 등 세계적 인기 게임들이 국내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와 급성장하는 거대 게임 시장을 바탕으로 e스포츠를 키우고 있고 미국은 미디어와 자본력을 결합한 CGS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e스포츠 행사를 잇달아 실시하고 IPTV·인터넷 방송 등 뉴미디어들이 킬러 콘텐츠로 e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등 e스포츠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은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 이 기회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한국 e스포츠에 주어진 과제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