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3사-포털, 저작권 협약 체결

지상파 방송3사와 NHN·다음커뮤니케이션이 4일 방송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한 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방송사와 인터넷미디어 사업자 간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내 첫 협약이다.

KBS·MBC·SBS·KBSi·iMBC·SBSi(이하 방송3사)와 NHN·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포털)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방송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한 협약을 맺고, 방송사의 저작권이 우선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방송3사와 포털은 방송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와 건전한 콘텐츠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불법 저작물을 즉시 삭제키로 하고 상호간에 저작권 전담 인력 배치, 모니터링 인력 확충, 저작권 보호를 위한 사전·사후 후속 조치 등 적극적으로 협력키로 했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와 포털이 방송 콘텐츠의 발전, 보호, 유통을 위해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저작권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국내 콘텐츠 유통 시장에서 좋은 협력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뉴스의 눈>

양측의 협약 체결은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둘러싼 저작권 갈등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던 양측이 서로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송3사가 공조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3사의 자회사격인 i3사가 원만하게 저작권 협상을 하려고 해도 방송3사의 일부 고위층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이 난항이었다”라면서 “협약은 방송3사의 강경했던 입장이 바뀌었다는 데 상징적인 의미를 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미디어에서 방송 콘텐츠를 저작권 침해 없이 생산적으로 활용 방안이 없어 ‘반쪽짜리’ 협약이라는 분석이다. 양측은 저작권 침해 방송 콘텐츠를 인터넷 포털이 삭제 조치하고 모니터링 인력을 강화하는 등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합의에 그쳤기 때문이다.

포털 관계자는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제작 등 활용 모델도 함께 찾아보자는 데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형 포털과만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법적 소송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사용자들은 이해 당사자인 방송3사와 인터넷 포털 양측의 엄격한 저작권 보호 방침에 따라 당분간 방송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시청하거나 UCC로 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 UCC 사업자에게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방송3사가 대형 포털과 협약을 한 후 순차적으로 UCC 사업자들과도 저작권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일단 중소 동영상 UCC 사업자에게 네이버·다음과 협약한 내용과 동일한 수준의 저작권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남기 SBSi 대표는 “협약을 바탕으로 나머지 온라인서비스프로바이더(OSP)와도 협상을 진전하되 협상이 잘 안되면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력·인력이 달리는 UCC 업체들로선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UC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작권 갈등으로 인해 UCC 시장이 제한됐고 성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협약을 기점으로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대형 포털과 동일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중소 UCC전문업체에겐 법적 소송의 가능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한세희·김민수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