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양성 잃어가는 ‘블로고스피어’

 1인미디어의 총아로 각광받는 블로그가 모이는 모 메타블로그 사이트. 블로거가 진지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사이트가 지난 10일부터 시끄러워졌다. 국내 몇 안 되는 메타블로그 사이트 중 대표격인 이 사이트를 비판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해당 사이트의 제목이 주요 기능인 실시간 이슈 키워드로 설정돼 메인화면에 이례적으로 떡하니 자리 잡았다.

 문제의 발단은 해당 사이트가 최근 개편을 단행하면서 방문자의 추천 수가 많은 주제의 글을 실시간 이슈로 한데 모아놓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렇게 되자 실시간 이슈와 관련된 콘텐츠가 무리하게 많아지면서 블로그의 최대 장점인 이른바 ‘다양성’과 ‘진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고 방문자 수가 늘어나기를 원하는 블로그의 미디어적인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언론의 기사나 상품 마케팅·대중문화 등이 포털의 인기검색어를 쫓고 있는 현상이 포털의 규제 이슈와 맞물려 논란이 됐다. 이른바 ‘자유로운 영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블로고스피어도 실시간 이슈라는 권력에 부딪혀 순기능을 잃어가는 것으로 보여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방문자 수와 트래픽을 ‘먹고 사는’ 인터넷미디어 비즈니스의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옛말도 있듯 수익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슈의 한가운데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메타블로그 사이트 사장은 “다양한 성향의 방문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블로그 포스팅으로 메인 화면을 구성할 것인지가 가장 큰 난제”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블로그 방문자는 대형 포털의 천편일률적인 콘텐츠가 아닌 다양한 주제에서 나오는 양질의 글을 읽고 싶어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블로그마저도 상업주의에 흔들리면 가뜩이나 외국에 비해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 우리나라 웹 문화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