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구글폰의 실체를 밝히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구글폰(Google phone)’ 출시가 현실로 굳어지는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구글이 수억달러를 투입해 휴대폰 시제품을 개발했으며 1년 내 양산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미 몇몇 제조업체나 통신사업자들에 시제품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에 관해 구글은 입장 표명을 자제했지만, 구글이 만약 자체 브랜드로 휴대폰을 판매한다면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최초가 된다. 구글과 야후는 삼성전자·LG전자의 휴대폰 단말기에 모바일 검색엔진을 탑재한 적은 있으나 둘 중 누구도 아직까지는 휴대폰 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혹자는 구글폰을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하기도 한다. 비(非)통신 분야 업체가 휴대폰 시장에 진출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구글이 보이는 일련의 행보는 단순히 휴대폰 단말기나 애플리케이션 공급자의 위치를 넘어서 모바일인터넷 관문(포털)을 장악하는 서비스 사업자로 변신해 이동통신 시장 헤게모니를 움켜쥐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다면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는 공짜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선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 1위인 구글의 가장 큰 수익원은 검색과 연계한 광고 매출이다. 구글이 모바일 인터넷 검색서비스 패권까지 차지할 경우 막대한 모바일검색 광고 수익이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 온라인 시장 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동영상·웹페이지를 망라한 전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15억달러에 달했고 오는 2011년에는 14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검색엔진뿐 아니라 e메일(G메일), 웹 브라우저와 각종 SW도 구글폰에 탑재될 예정인데 이 부가수익 역시 만만찮다. 휴대폰 사용자는 구글 브라우저로 모바일 인터넷에 접속해 G메일로 e메일을 확인하거나 구글맵(위치기반서비스)을 통해 인근 음식점·쇼핑 정보를 얻고 체크아웃(전자결제서비스)으로 온라인쇼핑을 즐길 수 있다. ‘손 안의 인터넷(모바일인터넷)’ 세상이 구글로 시작해 구글로 끝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좌지우지해 온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로서는 실로 오싹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SK텔레콤·KTF·LG텔레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구글과 통신사업자 간 신경전은 벌써부터 감지된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700㎒ 주파수 경매 방침을 밝히자 구글을 위시한 인터넷기업 진영과 AT&T·버라이즌 등 통신사업자 진영은 팽팽한 긴장을 연출했다. 구글은 FCC가 주파수 재판매를 허용할 경우 700㎒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46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금액은 16억5000만달러, 올해 최대 M&A인 더블클릭 인수 금액은 31억달러였던 점에 비춰 볼 때 구글이 이 주파수에 얼마나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매에 뛰어든 AT&T나 버라이즌과 달리 구글은 자체 이통통신망이 없다. 사업권을 획득해 망 구축에 추가 비용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사업권을 갖고 있는 채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자에 주파수를 임대하는 것이 구글에게 훨씬 유리하다.

 구글이 미국 이통시장 3위인 스프린트넥스텔에게 주파수를 제공해 1, 2위인 AT&T, 버라이즌을 견제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미 구글과 스프린트는 지난달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모바일와이맥스에 구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내용의 제휴를 체결했다. 700㎒ 주파수 사업권을 구글이 획득할 경우 제휴의 범위는 확대될 수 있다.

 ‘구글폰’ 프로젝트의 목적이 휴대폰 개발인지 모바일인터넷 서비스 개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구글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저 멀리 유선과 무선이 통합된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는 데 있다. 휴대폰이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도구로 건재할진대 휴대폰 개발은 구글이 거쳐야 할 과정의 하나다. 이것이 바로 구글폰이다.

◆어떻게 생겼을까

 ‘구글폰’은 1개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기본 규격을 2∼3개 휴대폰 제조업체에 제공한 뒤 여러 종류 디자인으로 ‘구글폰’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폰 프로젝트에 관여한 바 있는 소식통을 인용, ‘구글폰’ 중 하나가 슬라이딩 키보드가 달린 노키아 휴대폰과 비슷한 디자인이고 트레오나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과 유사한 형태의 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슬라이딩 키보드 방식 휴대폰은 T모바일의 ‘사이드킥(Sidekick)’ 휴대폰을 디자인한 앤디 루빈이 구글로 자리를 옮겨 구글폰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구글폰’의 공통적인 기본 사양은 3G를 기본 통신서비스로 지원하되 공항이나 커피숍·호텔 등 공공장소의 무선랜 핫스폿(접속지역)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끔 와이파이 기술을 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과 동영상을 모두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도 탑재된다. ‘구글폰’의 특징은 한마디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최적화할 수 있는 기능에 주력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디자인이나 기타 부가기능에서는 애플 아이폰만큼 혁신적이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누가 만들까-`LG전자` 가장 유력한 후보

 ‘구글폰’은 누가 만들고 어느 통신사업자를 통해 언제 출시될까.

 ‘구글폰’의 존재만큼이나 협력업체가 누구인지도 큰 관심거리다. 구글폰 프로젝트가 워낙 베일에 가려져 있다보니 연일 외신의 폭로성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LG전자가 ‘구글폰’ 제조업체의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했다. LG전자는 지난 4월 구글 검색엔진을 탑재한 HSDPA 휴대폰(모델명 KS10)을 출시하면서 구글과 협력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LG전자가 ‘구글폰’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적임자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또 로이터는 대만 하이테크컴퓨터(HTC) 역시 리눅스OS를 탑재한 ‘구글폰’을 개발 중이며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구글폰’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통신사업자들로는 미국에서는 T모바일, 유럽에선 오렌지텔레콤이 각각 거론된다. 보다폰과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의 미국 내 합작사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는 구글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막판에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을 독점공급 중인 미국 1위 사업자 AT&T 역시 물망에 올랐지만 AT&T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3위 사업자인 스프린트넥스텔도 구글과 와이맥스 제휴를 하고 있어 구글폰 서비스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일각에서는 ‘구글폰’이 아직 기획단계이며 내년 중 출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