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기자의 피츠버그 통신] 카네기멜론에서 만학 열의 불태우는 우리 IT 인재들

 매년 봄 카네기멜론대학은 선진 소프트웨어 공학 수업을 경험하는 우리 IT 인재들의 만학 열기로 뜨겁다. ‘코리안 컬처 데이’에 화답하며 현지 학생과 교수들이 주최한 파티 모습.
매년 봄 카네기멜론대학은 선진 소프트웨어 공학 수업을 경험하는 우리 IT 인재들의 만학 열기로 뜨겁다. ‘코리안 컬처 데이’에 화답하며 현지 학생과 교수들이 주최한 파티 모습.

 “너무너무 바빠요.” 공부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카네기멜론대학교의 명성을 익히 알면서도 뭔가 다른 대답을 기대했던 기자가 어리석었던 것일까.

 2007년 봄학기의 끝이 보이던 어느 화창한 날, 학기말 프로젝트 발표 준비에 한창인 한국 학생들을 만났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가 카네기멜론대학교(CMU)와 공동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공학 석사 복수학위 과정 학생들이다.

 4기째를 맞은 이 과정은 ICU 공학석사와 함께 CMU 소프트웨어공학석사(MSE) 또는 소프트웨어 전공 정보기술석사(MSIT-SE) 학위를 동시에 준다. CMU 커리큘럼에 따라 전 과정을 영어로 수업하고 두번째 학기 수업은 미국에서 현지 학생들과 함께 듣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총 11명. 학생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삼성SDS, SK C&C, 금융결제원, ETRI 등에서 5∼12년간 일한 베테랑들이다.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MSE 특성상 경력자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 비경력자는 MSIT-SE를 지원한다.

 사실 5개월은 적응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큰 문제는 없었단다. “첫 학기에 CMU 교수들이 한국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 때문에 처음 와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강환철(금융결제원)씨의 말이다.

 적극성도 발휘했다. 공태호(삼성SDS)씨는 “학과 농구팀에서 운동으로 우의를 다진다”며 “‘코리언 컬처 데이’를 마련해 갈비 등 한국 음식을 대접했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상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물론 공부가 쉽지만은 않다. “첫번째 숙제를 하는데 방식이 생소해 이틀 밤을 꼬박 샜습니다. 그런데도 점수는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죠. 다행히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홍영기(SK C&C)씨가 5개월 전을 회상하며 웃는다.

 개발자 커뮤니티 고수닷넷의 운영진인 박현웅씨는 “CMU가 워낙 실용 학문을 추구하는지라 연구실에서 깊이 파고드는 한국 석사과정과는 많이 다르다”며 “일장일단은 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책에서만 보던 교수의 수업을 직접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겁지만, 짧은 유학길에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는 이들. 취재 중에도 몇 번이나 걸려온 전화 끝에 결국 회의 참석차 자리를 뜨는 모습에서 끊임없이 공부하는 우리 IT 인재들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