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표준화 운동, `MS 때리기`로 변질?

 웹 사이트 표준화 운동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이 애초 목적과 달리 특정 기업 때리기로 변질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관과 업계는 또, 웹 표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웹 표준화를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에 따른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예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웹 표준화 움직임 속에 대한 국내 IT산업의 파급 효과와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웹 표준화 대 전제에는 공감=웹페이지 국제표준화운동 단체인 오픈웹이 지난달 말 공인인증기관인 금결원을 상대로 “MS IE를 쓰지 않는 이용자는 금결원으로부터 공인인증서 발급을 거절당해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는 데 중대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민사조정을 신청하며 웹 표준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촉발됐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비스타가 출시되면서 호환성 문제까지 대두, 오픈웹의 표준화 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정보문화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정부와 행정최고기관, 입법기관, 사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국가별 웹 접근성 준수실태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대부분은 웹 접근성 표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 100개 페이지를 대상으로 웹 접근성 자동평가를 한 결과, 영국은 99%, 미국은 87.2%이지만, 우리나라는 52.4%에 불과했다. IT업계는 이 기회에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웹 사이트부터 점진적으로 웹 표준을 준수하는 형태로 수정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김현승 한국기술비젼 사장은 “공공기관 웹 사이트 평가지침에 웹 표준 준수 지표가 포함돼 있음에도 이처럼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웹 사이트 운영 담당자나 용역 개발업체들이 표준 준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표준기술 개발에 대한 정확한 방법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때리기로 변질(?)=일부에서는 오픈웹 운동이 당초 웹 표준화를 이끄는 방향에서 특정 기업을 겨냥한 마녀사냥으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비스타 출시와 웹 표준화 운동이 맞물리면서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윈도비스타 국내 패키지소프트웨어 가격이 미국보다 비싸다고 알려지면서 수위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공정위 규정에 따라 소매 가격을 정할 권한이 없는데도 이와 관련된 무리한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확한 팩트를 근거로 한 수치를 내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고위 임원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수차례 한국 내 웹사이트의 무분별한 액티브X 사용 자제를 권고했으며 국내 웹사이트에 IE만 지원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며 “국내 웹 사이트들이 도를 넘는 액티브X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IT산업에 어떤 영향 미치나=웹 표준화 운동이 가속되면서 국내 SW개발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웹 개발 회사들은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액티브X를 이용한 개발에 익숙한 상태다. 또 액티브X 형태로 제품을 개발했던 기업들이 제품을 모두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특히 액티브X를 많이 사용했던 보안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개발 업체들이 인력과 개발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회사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MS제품을 유통하는 국내 기업과 PC제조사도 웹 표준화 운동과 호환성 확보 암초에 걸려 당초 예상했던 매출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와 반대로 액티브X가 아닌 자바나 에이잭스 등 기술로 솔루션을 개발했던 기업들이 이번 일을 기점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려하고 있다.

 이동산 페이게이트 사장은 “정부에 규제에 막혀 액티브X를 쓰지 않고 어떤 OS나 브라우저에 상관없이 결제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기술을 개발한 기업들이 빛을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