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인터넷뱅킹 `먹통` 우려 높다

 내년 초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비스타 출시가 예고된 가운데 기존 윈도 환경에서 개발된 전자정부 인터넷 민원서비스와 인터넷뱅킹 등이 윈도 비스타의 강력한 보안 기능 때문에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민원서비스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보보호 기업이 기존에 개발한 상당수 보안 프로그램의 일부 기능이 새로 출시되는 윈도 비스타의 강력한 보안 기능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영세한 정보보호 기업이 이 같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어서 윈도 비스타 출시 2개월을 앞두고 큰 혼란이 예상된다.

 업계는 MS에 종속된 국내 IT인프라로 인해 MS의 플랫폼 변경 때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우한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센터장은 “윈도 비스타 출시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상당수 기업이 무엇이 문제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설사 다 파악을 했다 하더라도 이 기간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윈도 비스타는 기존 윈도XP와 달리 OS 차원에서 정보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액티브X 형태로 내려받는 응용 프로그램을 XP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차단한다. 윈도XP는 팝업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는 액티브X를 PC의 시스템 영역에 저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윈도비스타는 보안 강화를 위해 시스템 영역에 절대로 저장할 수 없게 했다.

 국내 전자정부와 인터넷뱅킹에 접속했을 때 사용자를 보호하는 키보드 보안솔루션과 PC 보안솔루션, 인터넷 전자민원 발급 응용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액티브X 형태로 시스템 영역에 저장된다.

 김홍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차장은 “윈도 비스타는 OS 차원에서 정보보호를 대폭 강화해 사용자가 안전하게 PC를 사용하도록 설계됐다”며 “이 때문에 XP에서 제공하던 일부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니 관련 업체는 프로그램 일부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비상’=보안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액티브X 형태로 사용자 PC에 내려받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기업은 윈도 비스타 출시 전 프로그램의 작동 여부를 점검해야 서비스 중단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전자정부 인터넷 민원서비스 솔루션은 물론이고 인터넷뱅킹의 보안모듈, 키보드 보안솔루션 등 대국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반드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문제는 비스타 출시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 윈도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 MS에 종속된 정부 정책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박성준 비씨큐어 사장은 “일부 전자정부 인터넷 민원서비스나 인터넷뱅킹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들 서비스가 대부분 액티브X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형태를 표준으로 삼으면서 나타난 문제로 MS에 종속된 구조를 바꿔야 반복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