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 나스닥 상장 폐지하고 겅호와 합병하나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인수한 그라비티의 나스닥 상장을 폐지하고, 계열사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겅호)와 합병시킬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8월말 그라비티 지분 인수 과정에서 나스닥에 “법이 허용한 범위에서 가장 빨리 나스닥 상장을 철회할 수 있다”고 공시했던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부터.

여기에 12일 그라비티 소액주주인 정 모(44)씨 등 4명이 “그라비티 현 경영진이 나스닥 주가를 임의적으로 낮추고, 합병을 추진해 손해를 봤다”며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 류일영 그라비티 회장을 업무상 배임 및 주가조작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본지 3월21일자 14면 참조>

이는 소프트뱅크의 그라비티 인수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겅호와의 합병 시나리오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날 류일영 그라비티 회장은 “상장 철회 의도는 전혀 없으며, 겅호와의 합병도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이런 회사측 부인에 불구하고 여러 군데서 가능성을 짐작케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 그라비티의 2005년 영업실적은 전년 대비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섰으며, 덩달아 주가도 상장 당시 14달러선이던 것이 11일(현지시각) 9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2004년 589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492억원으로 16%나 급감했다. 이익 부분은 모두 손실로 돌아서 경상손실은 40억원에 달했고, 영업손실도 18억원이나 됐다. 그라비티측은 “‘레퀴엠’, ‘라그나로크2’ 등 신작 개발에 투자가 집중됐으며, 전세계 ‘라그나로크’ 매출도 정체되면서 실적이 안좋게 나왔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업계 인식은 소액주주들이 제기해온 ‘의도적 주가낮추기’ 쪽에 더 큰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소프트뱅크로서는 손정의 사장의 친동생인 손태장씨가 직접 이끌고 있는 겅호의 미래성장성 담보를 위해서 그라비티와의 합병이 필수적이고, 지금까지가 그 일연의 과정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나스닥에 그라비티를 남겨둬 봐야 외부 간섭만 많아질 뿐 겅호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 겅호는 지금까지 퍼블리싱에 의존해왔던 사업구조에 탈피해 그라비티의 개발력까지 흡수할 경우,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법원이 앞으로 진행될 그라비티와 겅호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과 나스닥 소액주주의 목소리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