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비영리 민간재단 연구기금 지원 `전무`

이건희 삼성 회장의 8000억원 사회 환원 발표 이후 비영리민간기부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과학기술 비영리민간재단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최근 발간한 ‘새로운 과학기술 투자주체 비영리민간재단’ 보고서에서 미국·일본 등에서는 비영리민간재단이 정부와 시장에 이어 제3의 과학기술지원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주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영리민간재단의 사업 분야는 장학·학술연구사업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사회복지, 예술문화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공계 장학금 지원이 아닌 순수하게 과학기술 연구지원을 목적으로 기금을 제공하는 기업재단이나 개인재단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부에 등록된 비영리민간재단 및 법인 역시 2005년 말 현재 총 26개로 집계됐으나 기금 지원보다는 자체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운영재단이 대부분이었으며 70% 가량은 사무실도 없이 영세하거나 활동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은 비영리민간재단의 과학기술지원금액이 3억4600만달러에 달하며 상위 규모에 속하는 데이비드 루실 패커드 재단, 웰치 재단, 슬론재단, 케크 재단 등은 과학기술지원에만 특화해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비영리민간재단의 지원사업 1635개 중에서 학술부분이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특히 과학부문에 집중도가 높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일본에서 과학에 대한 지원을 하는 주요 재단은 교세라의 창업자가 출연한 이나모리재단, 환경과 기초과학에 지원을 하는 스미토모그룹이 설립한 스미토모재단, 기초과학의 비중이 높은 미쓰비시그룹이 설립한 미쓰비시재단, 화학분야를 지원하는 아사히 글라스가 설립한 아사히재단 등으로 전체 재단 중 상위 20위에 속하는 재단이 포진해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 비영리민간재단이 선진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장학금지원 위주의 70년대 재단형태 답습 △허가주의 기부금제도의 엄격한 규제 △법인세 공제폭 제한 등을 꼽았다.

조황희 STEPI 혁신정책연구센터장은 “이전에는 기업이 재단을 편법증여 수단으로 활용할 염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투명성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엄격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삼성이 출연한 8000억원 중 일부를 과학기술연구지원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