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시선집중](2)WCDMA

사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구랍 24일 SK텔레콤 본사를 방문해 표문수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WCDMA 준비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꿈의 이동통신’에서 ‘계륵’으로 전락한 서비스. 3세대 IMT 2000(WCDMA)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서비스를 개시한 구랍 29일에도 확인됐다. 업계 종사자들 외엔 가입 문의도 거의 없었다.

 5일 현재 가입자수는 불과 700여명. 이통 3사나 통신 유관 기관의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관심이 시들한 것은 사업자들의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양 사업자의 무관심은 일면 이해할 만 하다. 영상전화와 멀티미디어를 특징으로 하는 WCDMA서비스가 얼마나 수요를 창출할 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연간 수천억원이 필요한 막대한 망 투자가 부담스럽다. WCDMA에 신경쓰느니 2세대 서비스의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실익이 크다. “쓸 데 없는 데 투자하지 말라”는 주주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장비와 단말기, 콘텐츠 등 산업계는 벌써 지쳐 WCDMA사업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정부도 여러차례 독려했으나 사업자들이 미온적으로 나오자 상용서비스 일정 준수에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과연 WCDMA가 이렇게 가치없는 서비스일까. 해답은 엉뚱하게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정부는 WCDMA를 포함한 3세대 서비스를 이르면 연내 상용화할 방침이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도 하반기중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NEC,마쓰시타 등 이통시장에서 한국 제조업체에 밀려난 일본 업체들도 중국 시장에 승부수를 걸었다.

 중국이 만약 연내 상용화한다면 2, 3년 넘었던 우리와의 통신서비스 격차가 1년으로 줄어든다. 더욱이 우리 WCDMA서비스가 아직 정상궤도에 진입한 게 아니어서 격차가 더 짧아질 수 있다. 우리의 WCDMA 주도권 상실이 우려됐다.

 사업자들은 “선진국에서도 제대로 서비스하는 업체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다른 나라보다 앞선 투자를 통해 기회를 선점하지 않고선 설 자리가 없다.

 더욱이 우리 사업자들은 선진국의 통신회사처럼 주파수경매제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내고 사업권을 딴 게 아니다. 사업자의 출연금도 IT 관련 후방산업 육성에 쓰도록 할 정도로 서비스 도입은 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이다. 이런데도 서비스를 마냥 늦추면 ‘서비스 선도→산업 육성 및 기반 조성→차세대 서비스 선도’의 선순환 구조가 깨진다.

 서비스 활성화로 단말기와 장비업체들만 덕을 보는 게 아니다. 멀티미디어콘텐츠산업이 활성화하며, 가입자관리를 비롯한 솔루션 시장도 커진다. 텔레매틱스를 비롯해 WCDMA 네트워크와 관련한 신규 서비스도 활성화해 새로운 IT시장 창출도 가능하다. 4세대 선도는 덤으로 얻는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불투명한 시장 전망과 투자 부담이라는 사업자의 목소리만 높았다.

 산업계는 따라서 정부가 올초부터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사업자에게 투자를 강요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서비스 촉진책을 내놓아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걸음마 단계인 WCDMA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정책 방향을 상반기에 수립하겠다”고 밝혀 이러한 인식에 동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당장 활성화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한다. 수요 진작이 시급한 만큼 WCDMA 단말기 보조금 허용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안정한 서비스도 사업자와 제조업체가 힘을 모아 한두달 안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통부의 김치동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정부가 뒷짐지는 게 아니라 서비스 인프라 안정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면서 “단말기 보조금 허용 방안을 이달말께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2세대의 데이터서비스 요금을 대폭 인하하도록 해 2세대 망의 부하를 높여 사업자와 소비자의 관심을 WCDMA로 유도하는 등의 획기적인 조치를 들먹였다. 그래도 사업자가 미온적이라면 출연금 투자 전환이나 동기식 전환 등의 사업자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든지,아니면 주파수 회수 의지를 표명해 투자를 강제하든지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떤 정책 방향이든 빨리 나올수록 좋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