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41)u코리아포럼 간담회

 u코리아포럼(의장 오길록)이 지난달 3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제4회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50여명의 u코리아포럼 회원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 IT국가의 유비쿼터스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전망에 대한 소개와 함께 유비쿼터스 사회실현을 위한 인간중심적 접근방법이 제시됐다. 이날 발표된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 주제발표1 - 주요국의 유비쿼터스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전략

김완석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기술평가팀장

 마크 와이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유선과 무선 그리고 근거리 무선 사이에 이음매 없는 통신망이 실현됨으로써 누구든지 어디서나 네트워크로부터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으로 정의했다. 즉 어디에 가더라도 네트워크에 접속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동시에 소형 또는 내장 컴퓨터와 인간화된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실현을 제창했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특징은 네가지로 정의된다. 첫째,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아니다. 둘째, 인간화된 인터페이스(calm technology)로서 눈에 보이지 않아야(invisible) 한다. 셋째,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세계의 어디서나 컴퓨터의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embodied virtuality). 그리고 사용자 상황(장소·ID·장치·시간·온도·명암·날씨 등)에 따라 서비스는 변해야 한다.

 결국 유비쿼터스 컴퓨팅 및 네트워크 서비스는 논리적 인지가 가능한 스마트(smart) 공간을 기반으로 사물과 컴퓨터, 그리고 사람이 연계되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언제·어디서나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computing access will be everywhere)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확장된 개념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이미 다양한 신기술의 상업화 시도를 통해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PDA·정보가전·원격진료·무선인터넷서비스·P2P서비스·IPv6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지구를 점점 컴퓨터가 편재하는 전자행성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IT분야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앞으로는 IT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 영역들이 통합·융합·협업화하고 인간화 인터페이스(calm technology)를 통해 사용자 상황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되는 새로운 유비쿼터스 기술 환경을 창출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정보가전의 경우 침실에 있는 블루투스 인터페이스용 스피커를 거실로 이동하면 사용자의 행위에 따라 디지털TV와 무선마이크·스피커 등이 가라오케 장치로 재구성된다. 또 실내 천장에 격자 형태의 초음파 센서를 내장하고 양방향 무선통신 및 초음파발생 장치를 활용하면 정확한 3차원 위치 측량 기능도 제공받을 수 있다. 유무선 통신망이 도달하지 못하는 틈새공간도 블루투스 또는 적외선을 이용한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충분히 전자화할 수 있다.

 그러나 마크 와이저와 같은 미래 과학자들의 장밋빛 비전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실제로 IT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거대한 시장이나 기업의 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 변화의 도미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 찾기에 고민하고 있다. 기업 비즈니스와 고객 수요간에 시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차세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들 가운데 그리드(grid) 컴퓨팅, P2P, RFID 기술이 최대 화두다. 주종 관계의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보다 유연한 통신망 연결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P2P기술이 등장해 또다른 가상 전자공간이 탄생했다. 그리드 컴퓨팅 기술은 컴퓨터와 많은 종류의 기계들간 인터페이스 프로토콜을 제공함으로써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와 기계들로 구성된 새로운 컴퓨팅 인프라로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RFID 기술은 사물에 대한 IT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결국, 유비쿼터스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개인을 상대로 간편하고 쉬운 IT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간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마크 와이저가 처음 제창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기본 개념과 취지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 주제발표2 - 유비쿼터스 사회실현을 위한 인간중심적 접근방법

박세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간정보그룹장

 IT 선진국들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장 선점을 위해 독자적인 영역에서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자 개발하는 영역에서의 인간 행동들은 연구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인간의 행동 특성에 대한 이해는 크게 부족하다.  하지만 인간부터 알아야 인간 중심의 제품이 나올 수 있다. 신체적·심리적·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인간 중심의 설계를 통해 안전성·편리성·효율성·쾌적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 인간 중심의 설계는 기술에 의해 필요한 제품이 아닌 사용자와 사용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제품 개발 과정이다.

 세계적인 석학인 도날드 노만도 “컴퓨터 제품은 아직도 기술 중심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사용자와 사용자가 하려는 작업을 위한 제품 개발로 개발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사용자에게 친근감을 주고, 사용법이 간단하며, 조작에 대한 반응이 적절한 인터페이스가 개발돼야 하는 것이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사용자가 예상하는 대로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은 인터페이스의 첫째 조건이다. 엘리베이터의 열림과 닫힘 버튼처럼 서로 구분이 잘 되고 사용자의 기억력에 호소하지 말아야 한다. 또 리코더의 빨간색 녹음 버튼처럼 중요한 부분은 눈에 띄도록 해야한다. 일관성이 유지돼야 하고 자동차의 방향전환 표시등처럼 상황에 맞는 피드백도 필요하다.

 제품의 핵심적인 기능을 먼저 개발한 후 어느 정도 궤도선상에 오르면 그때부터 인터페이스 개발하는 것은 기계 중심 인터페이스 설계 방식이다.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 설계는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 회의하는 첫 날부터 같이 시작된다. 사용자의 성향과 사용자의 사용법이 제품 기능 결정에 핵심적인 조건이 돼야 한다. 인터페이스와 제품의 핵심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 개발은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연구부터 구체적으로 누가 주된 사용자가 될 것이며, 그들의 성향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인간에 대한 고찰(human factor)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사용자 정의(user modeling)를 통해 사용자가 어떻게 작업하는가를 공식화할 수 있다면 사용자가 제품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사용자에 대한 분석 후, 인터페이스 및 제품의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프로토타입(prototype)을 개발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도 실시해야 한다. 사용성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인터페이스 설계와 그와 연관된 기능까지도 바꿀 수 있는 탄력성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일본 AIST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 해부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 기능과 습관에 대한 세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NEC도 다수의 카메라를 이용해 인간의 행동을 캡처한 후, 인간의 상태와 행동을 분석하는 개인로봇센터(personal robot center)를 운영중이다. 국내에서는 대우 일렉트로닉스가 가정내 사용자 행동분석을 통해 1000여개의 사용자 행동 시나리오와 기능 요구사항을 도출하는 구조 계획(structured planning) 기법을 활용, 신제품 디자인 모형을 설계하고 있다.

 기술 중심 설계 후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사용자가 여러 개의 컴퓨터와 상호작용을 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회에 걸맞는 제품 및 서비스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 이전에 인간에 대한 정보를 적용한 인간 중심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정리=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