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31)유통물류 RFID 시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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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물류분야의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기 위한 산·학·관 합동의 ‘유통물류산업 RFID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이번 시범사업은 정부의 총괄지원 아래 업계와 학계,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 가능한 초기 시범사업 모델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산자부 유통물류서비스정보과, 기술표준원, 전자부품연구원 등 정부 관계자와 아주대·중앙대·산업기술대 등 학계 교수, 한국팔레트풀·삼성테스코·신세계이마트 등 업계 실무담당자, 그리고 유통정보센터·대한상의 등 유관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TF는 지난달 24일과 이달 8일 1, 2차 회의를 갖고 업체별, 업종별로 가능한 시범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정부의 지원, 시범사업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 등에 대해 윤곽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포괄적으로는 재고관리, 판매관리, 기업간 물류 등에 파일럿(pilot)테스트 실시와 시범사업분야별 소규모 RFID시스템 구축, 국제표준에 대응한 RFID 활용지침 개발 및 보급, 활용성과 및 문제점 등을 분석한 사례발표 등을 TF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RFID 시범사업 진행과정에서의 핵심은 ‘어느 업종에 어떤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것인가’이다. 업체별 시범사업이 결국 향후 전면적 도입에 앞선 테스트 성격이 짙기 때문에 방향과 사업모델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신세계이마트는 현 바코드시스템을 보완한 효율적 매장관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삼성테스코는 영국 테스코 본사의 기존 시범사업 노하우를 살리는 방향에서, CJ GLS는 창고관리와 택배서비스에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에서 RFID 시범사업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RFID 태그 개발 및 가격, 주파수 사용, 리더·라이터 보급 등의 상황에서 가장 실현 가능한 시범사업으로 팔레트에 RFID 태그를 적용한 ‘팔레트 위치추적 프로젝트’가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시범사업자 중 하나인 한국팔레트풀(KPP)이 제조·유통업체에 공급하는 표준 팔레트에 RFID 태그를 부착하고 제조·유통업체의 물류센터에 리더를 설치, 팔레트 및 팔레트상의 제품 위치를 추적해 상품의 이동과 정보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는 방식이다.

 서적이나 의약품 분야의 경우 정형화됐고 부피가 작아 손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일반서점에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북센(BOOXEN)을 예로 들어 도서운반 팔레트나 박스에 RFID를 적용, 도서 이동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입출고 관리부터 주문 및 납품확인 등 도서유통을 자동화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산업기술대 이근호 교수가 제시한 프로젝트 시나리오는 우선 KPP가 RFID 태그를 부착한 팔레트를 운송업체 및 도서출판업체에 제공한다. 팔레트 출하시 출구에 설치된 리더가 팔레트 태그를 읽고 이 정보는 팔레트 정보서버에 전달돼 기본적으로 팔레트 관리에 이용된다. 주문받은 도서를 팔레트에 싣고 출판사에서 물류센터로, 다시 서점으로 이동할 때마다 각각의 출구에 설치된 리더를 통해 팔레트 태그에 담긴 도서량과 도서이동 정보가 전달, 처리된다.

 물류센터에 도착하고 물류센터에서 분류돼 나가는 각각의 팔레트 및 도서상자의 고유 코드를 리더가 판독해 중앙 서버에 전달하고 중앙 서버에서는 위치정보를 이용해 해당 정보를 가공한 후 팔레트 정보 또는 도서정보 서버에 전달, 처리한다. 최종 목적지로 이동한 도서상자는 서점에 설치된 리더에 의해 읽혀지고 도서정보 서버는 지정된 배송지로 도서상자들이 정확히 배송됐는지, 어떤 경로로 배송됐는지, 경로마다 소요시간은 얼마인지, 최종 배송시간은 언제인지 등의 정보들을 기록, 관리한다.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팔레트풀 정보화통신실 김형도 실장은 “상품의 이동과 보관의 바탕이 되는 팔레트에 RFID 태그를 부착함으로써 팔레트 관리는 물론 상품의 이동경로와 정보를 파악하는 기본 시범사업을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유통분야에서는 일본이나 유럽에서 적용해온 시범사업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논의가 진행중이다. 고가의 단품에 적용해 제조부터 최종소비자까지의 전과정을 파악하는 방법이나 매장 하나를 통째로 적용하는 방법 등은 이미 외국에서 시범 실시된 선례가 있다.

 현재 할인점 이용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물건을 고른 후 대금지불까지 걸리는 지루한 시간이다. 대부분의 유통점들이 이런한 고객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의 바코드시스템을 활용한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으로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창고관리와 매장관리에서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편리한 쇼핑에 RFID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상품에 부착된 RFID 태그를 리더가 읽으면 1∼2초만에 쇼핑 카트 속의 모든 제품을 바로 결제할 수 있으며 이는 고객의 대기시간을 수직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쇼핑의 모습이다.

 한국산업기술대 이근호 교수는 “시범사업에서뿐만 아니라 RFID를 적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은 무궁무진하다. 중요한 것은 광범위한 RFID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뒤에 무엇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삼고 수익을 올릴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제품이 입고돼 적재되고 패킹돼 출하되기까지 모든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 보관 및 입고와 관련된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 제품의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창고관리시스템(WMS)은 RFID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범사업 분야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입고에서 출고까지 전과정에서 제품 정보 및 위치관리의 자동파악이 가능하며 창고내 전체 물품의 재고 파악이나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의 물품 확인도 가능하다.

 RFID로 가능한 또 다른 시범사업 분야인 제품주기관리(PLM)는 제품의 기획·설계·생산·AS·폐기 등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RFID를 이용한 PLM은 제품 사용의 전구간에 걸쳐 정보를 관리, 추적,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고 사용자가 신속하고 편리하게 제품 및 자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개발부서와 생산부서, 유지보수운영부서간에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자동분배시스템, 카트분배시스템, 물품선택분배시스템을 통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제품관리와 창고 재고관리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물류관리시스템과 모든 제품에 특별한 코드를 설정한 RFID 태그를 부착해 위조에 의한 제품판매 감소를 방지하는 위조방지시스템도 RFID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위조품에 RFID 태그를 부착하고 위조코드를 부여해도 제조업체의 제품정보를 담은 PML서버를 통해 위조여부는 쉽게 드러난다.

 도난방지시스템(EAS)은 배송 스케줄에 의해 배송된 제품 또는 창고에 도착한 제품의 자동 매칭으로 납품업체의 부정납품이나 관리자의 오류 등을 제거할 수 있다. 또 실시간으로 제품의 이동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점원 또는 고객의 절도에 의한 손실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차세대 MD 프로모션 역시 특정상품을 선택한 고객에게 곧바로 감사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판매대의 자동재고관리로 매장 관리자의 상품관리가 자유로워지고 판매대에 있는 상품정보를 지속적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에 대해 기간별 세일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기고> RFID 시범사업 올바른 추진방향

■ 아주대학교 산업정보시스템공학부 임석철 교수 scrim@ajou.ac.kr

최근 들어 RFID 사업이 정부와 업계, 대학, 연구소 등에서 많은 관심 속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술 패권시대를 맞아 RFID와 같은 새로운 기술분야에 관해서는 우리나라가 타국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전방위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산업공학분야에서 물류기술을 전공한 필자는 RFID의 물류 응용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현재 산업자원부 시범사업 TF 및 교내 연구집단에 참여하며 국내 RFID 사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과정속에서 느낀 국내 RFID 사업의 올바른 추진방향에 대해 몇자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RFID 백서가 시급히 필요하다. 현재 RFID 관련자료들이 부분적으로 산재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RFID 정책방향과 로드맵을 일관성 있게 수립·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비해 2∼3년 앞서가는 미국을 위시한 선발국의 자료와 추진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종합적으로 파악, 국내 다양한 관련 주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RFID 기초자료를 집대성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매어 못쓴다’지 않는가. 우리가 후발국으로서 선발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단기간에 백서를 완성하고, 인쇄본 대신 웹사이트를 통해 내용물을 연속진행형으로 공급한다면 RFID의 도입과 사업 확대에서 최대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백서의 내용에는 기술추세 및 전망, 국제표준, 각국의 응용사례, 시범사업 및 성과, 가격 및 경제성 추정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둘째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RFID를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PC-인터넷-모바일-유비쿼터스로 이어지는 정보기술 패러다임의 흐름 속에서 RFID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휴대폰이 세계적 상품이 된 것처럼 향후 RFID 리더나 응용시스템에서 한국 특유의 제품 디자인과 신개념 첨단복합기능, 고도생산 기술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상품을 개발해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가져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역할분담이 중요하다. 정부의 경우 정보통신부가 전파통신을 관할하면서 산업화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산업자원부와 정책방향 수립 및 투자부문에서 상호협조해야 한다. 이를 위한 협의체 구성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업계는 상품기술 개발과 응용시장 개척을, 대학과 연구소는 관련 지식정보의 체계화와 요소기술 개발, 정책수립 지원 등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의 상대는 미국·일본을 위시한 전세계 선진국이다. 국내 정부는 물론 업계와 학계에서 지나친 주도권 다툼으로 국가간의 치열한 RFID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기관마다 준비된 역량에 따라 일을 공정하게 나누어 병렬 추진해야 한다.

 RFID는 매우 유망한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의 코스트 수준으로는 제한된 분야에서만 경제성이 있다. 향후 RFIE 태그의 대량생산과 기술소재 혁신으로 단가가 낮아질 것이 예상되지만 무엇보다 정책추진과 시범사업에서는 철저한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수익성 기준으로 판단되고 실시돼야 한다. RFID의 기능성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인간과 사회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한 사회·문화적 고려도 동시에 필요하다.

 지금부터 1년이 향후 한국 RFID 관련산업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RFID로 한국의 정보기술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하도록 우리 모두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