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26)e재팬전략Ⅱ

[인터뷰]무라카미 데루야스 노무라총합연구소 이사장

 일본 최고 싱크탱크 노무라총합연구소의 이사장이자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창시자로 유명한 무라카미 데루야스씨가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특히 일본이 최근 선언한 IT국가 전략 ‘e재팬전략Ⅱ’를 기초한 ‘IT전략의 향후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조사연구회(IT전략연구회)’ 멤버로도 활동했다. 노무라연구소 서울지점이 개최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시대의 IT정책과 기업전략’에 참여키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나 ‘일본의 유비쿼터스 전략’을 들어봤다.

 ―우선 e재팬전략Ⅱ 안에서 읽어낼 수 있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전략을 설명해달라.

 ▲언뜻 e재팬전략Ⅱ가 기존 전략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전념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유비쿼터스 전략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신전략이 내세운 ‘새로운 IT사회 기반정비’ 분야에선 ‘차세대 정보통신기반 정비-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연결가능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형성’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번 전략을 ‘유비쿼터스를 국가전략으로 채택한 세계 첫 사례’로 꼽아도 좋을 듯 싶다.

 ―그러나 지난 1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무라카미 이사장은 이참에 ‘e재팬전략’을 ‘u재팬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았는가. 또 IT전략연구회 내에서 유비쿼터스에 대한 견제도 있다고 들었다.

 ▲최종안을 내기까지 격한 논란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은 있게 마련 아닌가.(웃음) 새전략은 기존 e재팬전략이 고속인터넷 등 인프라 기반 구축에 성공했다는 자평 하에 이런 기반 위에서 첫째 실생활에 활용하는 IT-구조개혁, 둘째 신가치 창조-u재팬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알다시피 현 고이즈미정권의 기본노선은 구조개혁이다. 따라서 다소 실생활에서 눈에 보이는 효과를 바라는 측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신전략은 IT환경이 향후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로 가야한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데 의의가 있다. 실질적인 득은 챙겼다.

 ―한국정부는 선뜻 유비쿼터스 전략에 뛰어들길 주저하고 있다. 일본정부 부처의 움직임은 어떤가.

 ▲단적인 예가 최근 총무성이 전자태그(RFID)에 950㎒ 대역을 할당하겠다며 적극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전자태그에 대한 업계 논의가 있고나서 총무성이 발빠르게 이를 맞장구쳐 주고 있다. 일본정부가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은 보기드문 사례다. 조금이라도 유비쿼터스에 연관있는 부처들은 모두 각종 연구회를 설치해 놓고 있다. 여기에 주파관리권을 가진 총무성과 산업전반을 관장하는 경제산업성이 유비쿼터스를 놓고 주도권 경쟁을 할 정도다. 서로 먼저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태두라는 측면에서 이런 주도권 경쟁은 오히려 활기가 있어 좋다.

 ―정부 움직임의 바탕에 일본 기업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기업들이야 말로 일본 유비쿼터스 진전의 가장 주요한 원동력이 아닌가.

 ▲일본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유비쿼터스 조직을 신설하는 데서 힘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3월 히타치가 유비쿼터스추진센터를 설립한 것을 비롯, 소니의 유비쿼터스기술연구소, 리코의 유비쿼터스솔루션연구소, 후지쯔의 유비쿼터스사업추진부, 미쓰비시전기의 유비쿼터스영상기술부, 후지제록스의 유비쿼터스미디어사업개발부 등 이미 표면 위로 급부상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각종 전시회나 세미나에서 유비쿼터스가 주목받아왔다. 이제 일본 대표기업들이 유비쿼터스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에선 유비쿼터스가 정작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유비쿼터스는 환경이다. 네트워크, 단말기, 서비스 등 토털환경이다. 따라서 ‘이것이 유비쿼터스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보가전도 전자태그도 유비쿼터스 환경의 한 부분일 뿐이다. 어떻게 전개될지 섣부르게 전망키 어렵다. 최근 일본에선 도시개발에 유비쿼터스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도쿄 록봉기에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와 단말기를 바탕으로 한 도시개발서비스를 기술적으로 구현시켜본 것이다. 이제 주택과 빌딩에서 유비쿼터스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든 산업분야의 다양한 고민들이 바로 유비쿼터스 환경을 만드는 힘이다.

 ―당신은 한국과 일본이 유비쿼터스시대에 경쟁과 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재팬전략Ⅱ에서 일본정부는 아시아와의 협력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일본이 가진 장점을 공유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전자기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 또 ADSL 등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대해 호의적이다. 유럽 소비자들이 새 서비스나 제품에 보수적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유비쿼터스시대에 유리하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이 초기 유비쿼터스 환경을 만드는데 협력한다면 세계 첨단 유비쿼터스 인프라를 만들어 함께 새시대를 주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는 일본이 최근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유비쿼터스 관련 표준화에서 한국의 단순한 지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표준화을 만드는 과정인 만큼 한국이 함께 참여해 보다 나은 표준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도쿄대 사카무라 겐 교수가 이끄는 T엔진 포럼에 이미 삼성전자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경단련이 주최한 자리에서 “한국을 동아시아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도 유비쿼터스 협력이란 같은 맥락 하에서 풀어갈 수 있다. 물론 누가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 주도권을 잡느냐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정리=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무라카미가 보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란

 무라카미 이사장은 1999년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란 개념을 제시한 창시자로 유명하다. 노무라연구소는 마크 와이저가 1988년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내놓을 당시엔 지금처럼 인터넷이란 강력한 네트워크가 없었다는데 주목한다. 즉 컴퓨팅 능력을 중시하는 유비쿼터스보다 인터넷 접속, 다시 말해 네트워크로서 유비쿼터스가 중요하다.

 무라카미 이사장은 노무라연구소의 ‘지적자산창조’ 5월호에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정의를 내린 바 있다. 그가 정의한 유비쿼터스네트워크는 (1)고정·이동, 유선·무선, 통신·방송이라는 영역을 넘어 이용장소에 관계없이 상시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 특성을 갖춘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기반 위에 (2)대형범용컴퓨터나 PC뿐만 아니라 휴대폰·PDA·게임기·카 내비게이션·디지털TV·정보가전·웹카메라·물체에 부착한 전자태그 등 각종 정보기기나 센서가 IP(가능하다면 IPv6) 등 프로토콜을 이용해 서로 연결된 상태로 (3)문자·숫자, 정지영상뿐 아니라 동영상이나 음성을 가진 콘텐츠, 이용자의 수요에 맞춘 솔루션, 안전한 정보의 송수신,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플랫폼 등에 활용이 가능한 IT환경을 말한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시대의 IT정책과 기업전략’ 세미나

 노무라연구소 서울지점은 지난 11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시대의 IT정책과 기업전략-한국·일본의 산업경쟁과 협조관계 구축을 위하여’란 주제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노무라연구소의 무라카미 데루야스 이사장이 ‘e-재팬Ⅱ와 유비쿼터스네트워크’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것을 비롯, 곤노 야스시 첨단기술컨설팅실장, 요시가와 나오히로 정보·통신컨설팅부 그룹매니저 등 일본 노무라 본사에서 유비쿼터스 전략을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참가했다. 또 ETRI의 하원규 IT정보센터장이 외부 발표자로 참석했다.

 ◇u네트워크 시대의 제조업(곤노 야스시)=u네트워크 시장에선 시장변동성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u네트워크 시대의 세분화 경향에서 기인한다. 노무라연구소는 일본 국내총생산에서 u네트워크 효과가 58조엔이며 이 중 주요 4대 분야인 고부가가치부품생산액 18조엔, 통신업계 신종서비스 18조엔, 중계 및 인티그레이션 및 서비스 0.6조엔, 설비기기 리스 및 렌털 생산액 13조엔라고 분석했다.

 또 u네트워크 제조업 시장은 예측 불가능성이 특징이다. u네트워크 시장은 수요가 불확실하다. 또한 시장확대 속도가 가전 5∼10년, 컴퓨터 2∼3년에 비해 1년 정도로 매우 짧다. 따라서 u네트워크 제조업은 시장확대의 판단이 섰을 때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또 재고없는 생산과 생산라인의 자유도가 관건이다. u시대는 정해진 플랫폼이 없어 그만큼 리스크도 높다. 예전에 휴대폰과 PC만 보고 먹고 살던 부품산업은 종지부를 찍었다. 결국 TTV(Time To Volume)라는 ‘세계 최적 장소, 최적 시기, 최적 생산량’이라는 생산공급 모델이 부상할 것이다.

 또 어떤 HW을 만들지 판단키 어렵다. 따라서 예전처럼 자사 내부에서만 기술개발 및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 아니라 이종 업체와의 폭넓은 제휴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를 테면 통신업체와 철도회사간 제휴를 통해 새서비스를 창출하는 예가 본보기가 된다. RFID의 보급, 주변환경에 프로토콜의 보급, 신종 표시 디바이스 대두 등 오는 2006년부터 이른바 u컴퓨팅 2차 발전기가 도래할 것이다.

 ◇u네트워크 사례연구(요시가와 나오히로)=지난해 유비쿼터스 비즈니스부를 신설한 NTT도코모는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의 자금지원을 받아 도쿄 록봉기에서 u네트워크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실증실험했다. 이 회사는 배터리를 가지고 있는 타운클릭이란 액티브 RFID태그를 활용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우선 PDP 클리핑 서비스다. 거리에 설치된 PDP TV화면의 광고를 보고 관심이 가는 이용자가 화면을 향해 타운클릭의 단추를 누르면 상세한 내용이 자신의 휴대폰로 전송돼 받아볼 수 있다. 또 미리 개인의 취미나 취향을 입력해두고 쇼핑 지역에서 단추를 누르면 이용자의 요구에 맞춘 상점들의 정보가 휴대전화로 수신된다. NTT도코모는 이 실험에서 이런 유비쿼터스 서비스모델 7가지를 실험했다. 또 민간 철도 및 지하철업체인 오다큐는 구패스(GooPass)라는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가 구패스를 가지고 A역 개찰구를 지나가면 이 정보가 구패스 센터로 전송된다. 이용자가 목적지 B역에서 나올 때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 이를 테면 레스토랑이나 미용실의 위치 등이 자동으로 휴대폰으로 전송된다.

 이밖에도 RFID를 활용한 의복 유통 시스템과 약제 및 주사제의 RFID 기반 유통 실험도 있다. 또한 NTT지주회사는 ‘레조넌트 커뮤니케이션’을 내놓고 u네트워크 시대를 대비하고 있으며 KDDI도 ‘유비쿼터스 솔류션 컴퍼니’를 기업 비전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