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22)`이노비즈 컨소시엄` 초읽기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의 개막을 알릴 것으로 주목받는 ‘전자태그’가 슬슬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 전자태그를 내장하거나 아예 지폐에 이를 활용하려는 프로젝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통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에 걸맞게 월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속속 전자태그 도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선인터넷, 확장성표기언어(XML) 솔루션 및 서비스 시스템 개발자들이 지난 1월에 설립한 앨릭슨이 전자태그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앨릭슨은 한국 전자태그를 활용한 물류 혁신에 도전장을 던졌다. 앨릭슨은 미국이 주도하는 ‘오토ID’를 기반으로 한 전자태그 물류시스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미 ‘오토ID 서버 솔루션’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즉 전자태그를 운용하는 기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전자태그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컨설팅업체인 R&BD는 앨릭슨을 중심으로 ‘전자태그를 이용해 구현 가능한 uBiz 프로토타입 시현’을 목표로 내걸고 ‘유비쿼터스 이노비즈 컨소시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중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이 컨소시엄에는 프로젝트 기획 및 코디네이션을 맡을 R&BD, 오토ID SW 솔루션을 갖춘 앨릭슨, RFID시스템 분야의 스팍스컴, 블루투스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코윈, 무선보안 및 3D 애니메이션 솔루션 업체 더블유에스랩, 정보영상시스템업체 비죠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들웨어, 개인휴대단말기(PDA), 물류관리 시스템, 모바일 네트워크 등 관련 업체들을 포함해 일단 10개 업체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이런 기술업체들 외에도 S사 등 물류·유통업체도 참가를 타진하고 있어 사업화에 청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외국 사례에 비교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한국에서의 전자태그 도전이라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비쿼터스 이노비즈 컨소시엄’은 올해 안에 100여개의 솔루션, 네트워크, 시스템통합(SI), 컴포넌트 관련 업체들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규모를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A통신업체와 협력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이 내세우는 첫 프로젝트는 역시 전자태그를 활용한 물류관리다. 상품에 전자태그를 부착, 시스템을 통해 상품의 기본적인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관리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물류비용의 최소화는 물론 고객서비스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것. 제품이 입고돼 적재·패킹·출하되는 전과정을 전자태그를 통해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애플리케이션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비쿼터스의 꽃 ‘전자태그’ 애플리케이션이 첫선을 보일 날이 멀지 않았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해외 전자태그 활용 사례

 ◇일본=‘장기 불황을 뚫을 무기’로 유비쿼터스를 주목하고 있는 일본은 ‘전자태그’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특히 민간기업들이 서로 힘을 모은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500여 출판사와 9000여 서점이 모여 2005년까지 모든 책에 전자태그를 심겠다는 도서 애플리케이션 사업이다. 마쓰시타·히타치 등 칩업체들이 ‘IC태그기술협력기업컨소시엄’에 참여해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13억권에 달하는 책에 전자태그를 달아 출하·재고·판매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식품 유통에 전자태그를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궤도에 오르고 있다. 마루에쓰·마루베니·NTT데이터 등 3사는 9월부터 공동으로 전자태그를 식품·일용품 하나하나에 내장시켜, 소비자의 손에 도달하기까지의 경로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검증할 계획이다.

 또 미술작품에 전자태그를 집어넣는 프로젝트도 있다. 일본아트아카데미는 올해 일본아트아카데미상을 받는 9개 작품에 전자태그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림 뒷면에 전자태그를 넣어두면 ‘미술계의 해결될 수 없는 미스터리’인 진품논쟁이 말끔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일본아트아카데미는 기대하고 있다.

 ◇유럽=유럽은 화폐에 전자태그를 내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위조방지를 위해 전자태그를 지폐에 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전자태그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폐 위조와 돈세탁을 방지하고 금융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RFID 칩은 그 자체로 위폐와 진폐를 구분하는 워터마크 역할을 하며 지폐의 생산·유통정보를 담아 돈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유로화가 유럽 12개국에서 통용되면서 위조지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하지만 모든 지폐에 전자태그를 내장하면 인식기 근처를 통과시키는 것만으로 지폐의 진위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지폐의 유통과정이 기록돼 돈세탁이나 불법자금 유통을 추적할 수 있다. 유괴범은 몸값을 받더라도 사용과정이 드러나 돈을 쓸 수 없게 된다. 은행의 지폐계수업무도 쉬워진다. 유로 지폐에는 일련번호와 생산지, 액면가 등의 정보가 저장되며 생산단계에서만 칩의 롬에 정보저장이 가능하다.

 ECB는 이 프로젝트에 사용할 전자태그를 제공받기 위해 일본 히타치와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는 지난 2월 세계 최소의 전자태그인 ‘뮤 칩’의 운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미국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오토ID센터’를 설립, 전자태그 분야에서 표준화를 선도하며 앞서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단지 전자태그를 실현할 초소형 RFIC칩 개발·제조에서 상대적으로 일본에 다소 밀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이 ‘유비쿼터스ID센터’를 설립해 표준에도 도전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면도기로 유명한 질레트가 전자태그 5억개를 구매해 자사의 제품에 내장한다고 밝혔다. 질레트는 오토ID센터의 표준에 맞춰 ‘전자태그를 활용한 유통 효율화’라는 대규모 실증 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개시될 예정이다. 질레트는 이번 실험을 통해 미국시장에서 자사의 공급망에 전자태그를 활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미국의 소매업체 및 생활용품업체들은 빈 진열대를 제 때 채우지 못해 잃게 되는 매출액을 연간 300억달러로 추산한다. 전자태그를 쓰면 진열대가 비지 않도록 바로바로 물건을 채울 수 있다. IBM은 전자태그를 통해 재고도 5∼25%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한편 미국 87개 관련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오토-ID센터’는 태그에 담긴 정보량을 최소화하고 기타 정보를 다른 컴퓨터에 저장했다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전자태그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기고-이근호 R&BD 대표 컨설턴트

 세계 RFID시장은 이미 개화기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V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RFID시장(시스템, 솔루션, IC칩 포함)은 9억6000만달러 규모에 이른다. 품목별로는 소프트웨어가 73%, 하드웨어가 2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전자태그시장이 약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VDC는 이 시장이 매년 22.6%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RFID는 통신·금융·교통·전자상거래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용의 급증과 정보통신환경 변화에 따라 성장세에 불이 붙고 있다. RFID 벤더들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은 진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교통카드와 스마트카드에 시장이 집중돼 있으며 접근제어·가축관리·스포츠·창고관리 등이 소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들어 대형 물류관련 산업에서 RFID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급격한 시장확대를 바라볼 수 있다.

 RFID의 핵심인 IC칩의 경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다소 취약한 편이다. 스마트카드용 IC칩에 삼성전자(접촉식과 비접촉식 카드용)와 하이닉스(접촉식 카드용)이 있지만 정작 대규모 수요가 예상되는 스마트라벨과 같은 칩의 생산은 전무한 상태다. 핵심 칩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칩을 제외한 리더 등 다른 RFID시스템은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플립칩 실장에 의한 인레이 생산기술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현재 ISO에서 진행하고 있는 RFID 표준화가 가닥을 잡으면 세계시장이 팽창할 것은 자명하며 이에 맞춰 한국시장도 성장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RFID를 활용하는 물류 및 관련 네트워크·서비스시장에서 새로운 수요창출이 기대된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있는데 새 시장이 형성될 리는 없다. 물론 순수 시장기능에 의해 자동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럴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확립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모든 수입 컨테이너와 자동차 타이어에 전자태그를 부착하는 정부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은 사회복지와 관련해 전자태그를 사회간접자본투자 형태로 추진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geunhole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