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18)스마트 타이어

 일산에 사는 주부 박모씨(34)는 얼마 전 구입한 새 차를 몰고 대전의 친정집으로 향했다.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에 도시를 벗어나는 차량의 흐름도 한산했다. 상쾌한 기분으로 고속도로에 접어든 박씨는 자신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에 올려둔 발 끝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새 차의 부드러운 엔진 소리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세찬 바람속에 흩날린다.

 하지만 시속 130㎞, “삐∼삐삐∼”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리며 박씨가 몰던 승용차는 급히 가까운 도로변에 멈춰 섰다. 잠시 후 박씨는 더욱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예리한 쇳조각이 한쪽 타이어에 박혀서 공기가 새고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30여분만 더 달렸으면 타이어 펑크로 큰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똑똑한 타이어가 미리 위험을 경고해준 덕분에 주부 박모씨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동차를 좀 아는 카 마니아라면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타이어는 차량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보통 사람들은 자동차의 신발인 타이어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지만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지표면과 접촉하는 타이어는 그 어떤 첨단 차량부품보다 운전자의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도로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지거나 갑자기 펑크가 나면 제아무리 비싼 고급차라도 조종능력을 상실하고 치명적인 대형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인은 매일 자동차를 타면서 자신의 생명을 타이어 공기압에 의존하고 다니는 셈이다.

 이처럼 타이어는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요소지만 100년 전 프랑스 미슐랭(Michelin)이 공기가 들어간 차량용 타이어를 고안한 이래 타이어의 기본구조는 ‘질긴 고무풍선’ 수준에서 그다지 진보하지 못했다. 이 ‘고무풍선’은 바람(공기압)이 빠지면 곧잘 터지거나 쉽게 미끄러져 각종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지만 보통 사람들은 여간해서 이런 위험을 잘 눈치채지 못한다.

 실제로 매년 숱한 운전자들이 타이어 결함으로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자동차회사들은 이를 자기 차의 신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운전자의 책임으로 간주해왔다. 이처럼 보수적인 차량용 타이어 분야에 최근 획기적인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능동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똑똑한 타이어, 일명 스마트 타이어가 상용화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스마트 타이어란 한마디로 고무 타이어에 각종 안전센서를 장착해 운전자에게 위험상황을 경고하는 기능까지 수행하는 미래형 타이어다. 실제로 주행중인 타이어가 펑크가 나기 전에 타이어 공기압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거나 노면조건을 감지하고 타이어 외부형태까지 바꾸는 꿈의 타이어 개발이 한창이다.

 타이어에 적용되는 각종 지능형 개념 가운데 가장 먼저 현실화된 것이 ‘타이어 압력 모니터링 시스템(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이다. TPMS는 4개의 타이어 내부 링에 장착된 무선 송신기와 압력·온도센서모듈, 운전석에 설치된 전용수신기로 구성된다. 시동을 켤 때마다 모든 타이어의 압력상황이 체크돼 계기판으로 압력정보가 전송되고 위험징후시 운전자에게 경고알람을 보내며 디스플레이를 통해 위급상황을 무선으로 알려준다.

 TPMS모듈은 전세계 기후조건에서 작동하기 위해 보통 영하 40도∼영상 150도의 가혹한 조건에서 10년을 버티는 내구성을 요구한다. 향후 TPMS는 차량용 블루투스로 정보를 보내고 배터리가 없이도 작동하는 무전력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TPMS는 적정한 공기압을 유지해 타이어 내구성, 승차감, 제동력을 향상시키고 연비의 효율성도 높이는 효과가 탁월하다. 특히 타이어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여성 운전자들의 경우 TPMS가 장착된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운행에 큰 도움이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타이어는 첨단화되는 자동차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뒤처진 수동부품의 하나였으나 이제는 스스로 상황파악을 하고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첨단부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자동차의 가장 밑바닥인 타이어에도 센서와 통신망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타이어업체들은 머지않아 스마트 타이어가 운전자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수준을 넘어 노면상황에 따라 바닥무늬(트래드)까지 스스로 바꾸거나 타이어의 마모상태와 마찰정도를 자동으로 감지해 자동차 브레이크, 서스펜션 시스템과 연동하는 단계로까지 진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타이어에 내장된 전자센서가 현재 주행중인 노면이 젖었음을 확인하면 잠시 뒤 타이어 표면이 수면주행에 적합한 트래드(물결무늬, V자 무늬 등)로 바뀌고 차량용 네트워크는 타이어의 충고대로 브레이크 압력과 엔진회전수를 안전모드로 설정한다. 고무제품에 불과하던 타이어가 센서와 통신망으로 무장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첨단장치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미슐랭이 차량용 타이어를 만든 지 100여년. 이제 고무 타이어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운전자와 자동차, 도로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지능을 지닌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타이어 펑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드라이빙은 유비쿼터스 세상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주는 보너스다.

 

 <국내외 지능형 타이어 개발현황>

 

 보수적인 타이어시장에서 타이어센서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미국 포드는 파이어스톤에서 납품받은 타이어가 잇따른 파열사고로 수천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위기상황에 몰렸고 결국 문제의 불량 타이어를 1000만개 이상 자진회수(리콜)하는 곤역을 치렀다. 미국 정부는 타이어의 안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2003년 11월부터 2006년까지 자국에서 출고되는 모든 승용차와 경트럭 등에 타이어 압력센서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BMW·벤츠·인피니티 등 내로라하는 고급차들은 앞다퉈 TPMS를 채택했고 국산차도 미국 현지판매를 위해서는 TPMS 장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 미국에 이어 안전관리가 철저한 프랑스·독일 등 서유럽국가들도 차량에 TPMS 탑재를 법제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제조국인 우리나라도 2007∼2008년부터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스마트 타이어가 자동차업계에 새로운 기술적 화두이자 황금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관련기술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타이어업계는 특히 중국 및 동남아 타이어사의 가격공세를 뿌리치기 위해 스마트 타이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금호타이어는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시트론과 제휴해 소비자가 직접 장착하는 TPMS기술을 국산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 전자부품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자동차 관련업계와 연구소도 모여서 대규모 TPMS 개발 컨소시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산 TPMS가 신뢰성 테스트까지 끝내고 상용화되려면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해 한국은 이미 필립스·TRW 등이 선점한 TPMS시장으로의 진입시기를 놓쳤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하반기부터 미국 수출을 위해서는 수입 타이어센서 제품을 채택하는 수밖에 없고 최고 연간 1억달러 내외의 스마트 타이어 외화유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승용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경트럭을 포함해 2001년 전세계 TPMS시장 규모는 약 230만대지만 2008년까지 전세계 신규차량 중 40%(2900만대)가 TPMS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내부에 센서를 장착하고 스스로 공기압을 체크하는 스마트 타이어는 이제 일부 고급형 차량에만 채택되는 사치품이 아니라 대중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용 센서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전자부품연구원(KETI)의 박효덕 본부장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자동차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대부분의 부품들이 지능을 갖는 옥외용 전기·전자제품 형태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 연간 1억달러 이상 규모로 급성장할 국내 TPMS 시장수요에 대응, 이제부터라도 국산 지능형 타이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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