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2부(6)제3공간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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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공간은 사물들을 분리하는 동시에 사물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빛도 공간을 매개로 전파된다. 전자공간 역시 정보를 분리하는 동시에 정보를 연결시키는 매개체다. 인터넷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연결시킨다. 그렇다면 제3공간은 무엇을 매개하는 공간인가. 제3공간은 정보는 물론이고 사물들을 연결시키는 공간이다. 제3공간에서는 정보와 사물들이 자유롭게 연결된다.

 물리공간 시대의 중요한 정보 매체는 책이다. 인쇄를 통해 활자와 그림을 조정함으로써 사람과 정보간의 인터페이스가 디자인된다. 하지만 전자공간 시대는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새로운 매개체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했다. 사람과 컴퓨터간 인터페이스(HCI:Human Computer Interface)는 사람들이 전자공간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했다. 전자공간이 성숙되면서 글자를 통한 인터페이스는 그림을 통한 인터페이스(GUI)로 발전했다. 그림을 통한 인터페이스가 컴퓨터에서 윈도로 나타났다면 인터넷에서는 하이퍼텍스트를 제공하는 월드와이드웹(www)으로 꽃을 피웠다.

 제3공간 시대에도 컴퓨터는 여전히 중요한 매개체다. 그러나 제3공간 시대에서 컴퓨터는 여러 매개체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제3공간은 정보만을 매개하는 공간이 아니라 정보와 사물들을 매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제3공간은 사람과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는 물론이고 사람과 사물간의 인터페이스(HTI:Human Thing Interface)가 중요해진다. 제3공간에서 사물들은 더 이상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사물들 속에 정보가 들어 있다. 사물에 대한 인터페이스는 물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보적 측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냉장고 문을 쉽게 열 수 있도록 손잡이를 설계하는 것에 더해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인터페이스가 중요해진다. 사람과 사물간의 인터페이스를 풍부하게 하기 위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에서는 사물에 탑재된 정보를 캐내고 사물과 연결된 전자공간상의 정보를 불러온다. 그리고 사물과 정보를 혼합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구성한다. 제3공간의 사물은 정보를 품고 있는 살아있는 물질이다.

 제3공간의 인터페이스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인터페이스의 주체가 사람을 넘어 사물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물 모두가 살아있는 인터페이스의 주체가 된다. 사물들은 직접 컴퓨터에 접근해(TCI:Thing Computer Interface) 필요한 정보를 요청한다. 스마트 전자레인지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에 조리법을 문의한다. 스마트 냉장고는 처음 보는 상품이 들어오면 인터넷으로 그 상품의 적정 온도가 얼마인지를 문의한다.

 사물들끼리의 인터페이스가 이뤄지기도 한다. 피자를 조리하고자 하는 스마트 전자레인지는 냉장고에 요리 재료가 충분한지를 물어본 후 냉동된 요리 재료들을 녹여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반다이사의 ‘디지몬’은 상이한 게임기들간의 인터페이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물들간 인터페이스(TTI:Thing Thing Interface)를 구현한 이 제품은 어린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향후 등장할 게임기들은 서로 접속해 정보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지식과 무기 심지어 현금까지도 주고받을 정도로 풍부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것이다.

 제3공간 시대에도 컴퓨터와 컴퓨터간 인터페이스(CCI:Computer Computer Interface)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컴퓨터와 컴퓨터가 인터넷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연결되는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무선으로 컴퓨터를 연결하면 분산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조직화하고 동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보 교환과 조직화는 조용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에이전트(software agent)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는 전자공간뿐 아니라 물리공간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된다. 정보가전이나 자동차와 같은 물리공간의 사물들도 정보 교환과 조직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화 속의 요정과 같이 사물들 속에 심어진 기억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처럼 제3공간의 매개체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제3공간의 매개체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모든 기기와 사물들을 연결한다. 인터넷(Inter-net)이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라면, 제3공간의 매개체는 공간을 연결하는 인터스페이스(Inter-space)다. 따라서 제3공간의 인터페이스(Interface)는 근본적으로 인터스페이스(Interspace)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공간을 넘나드는 연결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교통카드로 버스를 타거나 전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카드 속에 식재된 정보는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센서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 순간 교통카드는 전자공간으로부터 충전받은 금액을 지불한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현금출납기는 신용카드에 들어있는 전자공간상의 정보를 물리공간의 현금으로 전환시킨다. 제3공간 시대에는 이러한 카드가 훨씬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다.

 미래의 유비쿼터스 카드(u-Card:Ubiquitous Card)는 교통카드·신용카드·상품권·현금 등은 물론이고 신분증·여권·도서대출증·자격증·운전면허증·주유카드·주차카드·고속도로 카드 등을 통합한다. 또한 유비쿼터스 카드는 현재의 카드와는 달리 정보의 흐름을 보여주는 그래픽 화면과 카드 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입력 장치가 제공된다. 단 한장의 u-카드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을 넘나들 수 있을 때 제3공간은 우리의 손과 호주머니 안에서 구현된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모두 u-카드속에 접혀져 조그만 지갑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3차원 인터페이스

 사람과 컴퓨터간 인터페이스(HCI)는 입력과 출력 기능을 통해 구현된다. 입력 장치가 사람이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면 컴퓨터는 출력 장치를 통해 사람에게 접근한다. 입·출력 방식은 1차원에서 3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문자 중심의 입출력은 1차원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키보드나 키펀치와 같은 입력 장치는 입력하고자 하는 순서대로 개개의 지점들을 누른다. 그리고 문자만을 표시하는 초기 컴퓨터 화면은 순서대로 입력된 문자들을 하나의 기호로 출력한다.

 정보화가 급진전된 지난 20년간, 1차원의 입·출력 방식은 2차원 방식으로 발전했다. 마우스와 펜을 이용해 평면 위의 곡선들도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차원의 화면은 역동적인 그래픽 메시지도 전달한다. 매킨토시와 윈도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Graphic User Interface)라는 획기적인 인터페이스 혁명을 불러왔다.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는 인터넷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이퍼텍스트 기능을 제공하는 모자이크·넷스케이프·익스플로러 등의 웹브라우저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공간은 화려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채워졌다.

 제3공간 시대는 2차원을 넘어 3차원의 인터페이스를 요구한다. 제3공간의 입력 장치는 공간을 떠도는 음성뿐 아니라 허공을 가르는 몸짓까지도 포착해야 한다. 커다란 몸짓만이 아니라 미세한 눈동자의 움직임도 포착한다. 이들은 2차원 평면이 아닌 3차원 공간과 4차원의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신호들이다.

 제3공간 시대의 출력 장치는 2차원 화면과 프린터 수준을 넘어 3차원 홀로그램이나 소형 공작기계까지 포함한다. 3차원 형상을 실제 제조할 수 있는 소형 공작기계는 책상 위에 초소형 공장을 세우는 것과 같은 의미다.

 특히 제3공간 시대의 유비쿼터스 환경은 입력과 출력을 단일 기기로 한정하지 않는다. 사용자 음성과 몸짓은 수십, 수백개의 기기에 동시 입력되고 그 결과 역시 수십, 수백개의 기기를 통해 출력된다. 음악 지휘자의 몸짓이 수십개의 악기에 독립적으로 입력되고 출력되듯이 유비쿼터스 인터페이스(UI:Ubiquitous Interface)도 다(多)입력, 다(多)출력의 형태로 구현된다. 지금의 컴퓨터 사용자가 한 악기의 연주자라면 유비쿼터스 시대의 사용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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