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키워드방식 한글도메인서비스를 민간에 맡기겠다던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사무총장 송관호)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휴해 직접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KRNIC은 최근 △키워드방식 한글도메인이 서로 다른 민간업체들에 의해 서비스가 제공됨으로써 같은 키워드가 서로 다른 사이트에 연결돼 이용자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수 있고 △MS의 자회사인 리얼네임스가 국내에 진출함으로써 한글 키워드 도메인이 리얼네임스에 의해 장악당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무료로 서비스함으로써 국내시장을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키워드방식의 한글도메인을 민간차원에 맡긴다는 약속을 어기는 일이고 △이용자 편의도모와 안방지키기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없으며 △더욱이 독과점문제로 지탄받고 있는 MS와 공공기관이 손잡는 것은 국익차원이나 국민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KRNIC의 이같은 구상은 △키워드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계층적 한글도메인을 키워드와 연계시킴으로써 계층적 한글도메인의 등록확산을 유도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KRNIC은 송관호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아직은 고려사항이지 정해진 바는 아무것도 없으며 여론의 추이와 상황을 보아가며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사용자 편의성 제고 =KRNIC는 계층적구조(www.한글.kr)의 한글도메인을 등록하면 「한글」에 해당하는 낱말을 키워드로 자동생성시켜 이를 무료로 DB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 URL창에 「한글」이라는 키워드가 입력되면 KRNIC의 DB에 접속돼 검색이 이루어진 후 해당 사이트에 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도메인과 키워드가 최대한 일치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색엔진업체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키워드를 해당도메인으로 바로가기시켜주는 것은 검색엔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대부분의 인터넷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익스플로러의 URL창을 통해 키워드 도메인 서비스를 실시한다면 일반적인 검색용어와 도메인 키워드가 구별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이용자들의 정보선택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KRNIC에서 공익에 반하는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무리리는 지적이다.
키워드 방식은 키워드를 특정 도메인으로만 연결시켜주는 상업적 목적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제공할 서비스의 성격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시장 수성 =KRNIC은 공공기관의 강력한 한글 키워드 도메인 DB를 익스플로러에 연동시키면 리얼네임스와 같은 외국업체들이 발붙이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익스플로러 URL창에 한글 키워드가 입력되면 반드시 KRNIC DB로만 연결시켜주도록 MS와 협의하고 있다.
업계는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키워드 한글도메인은 해당업체들이 필요에 따라 사업자들에게 신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한곳에만 등록하라는 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즉 업체들은 되도록 많은 곳에 키워드 도메인을 등록할 것이기 때문에 KRNIC이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결국 키워드 한글도메인 서비스업체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결과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이미 리얼네임스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제휴해 다음사이트의 서치엔진을 통해 키워드 한글도메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제휴대상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때문에 KRNIC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서치엔진을 통한 리얼네임스의 국내시장 침투는 막을 수 없으며 나아가 키워드도 통일시켜나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더욱이 MS가 한글에 대해서만 익스플로러와 리얼네임스의 DB간 연동을 배제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MS와의 제휴 =KRNIC이 가장 곤혹스워하는 부분이자 업계나 일반 이용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부분이다. KRNIC은 어차피 내버려두면 한글키워드 도메인이 리얼네임스에 장악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큰 자신이 리얼네임스 대신 MS의 파트너로 나서는 것이 시장을 수성하는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와 일반인들은 MS가 익스플로러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키워드방식 자국어도메인시장을 장악하려는 것부터 문제를 삼는 분위기다. 원래 브라우저의 URL창과 검색기능은 도메인이름을 입력해 도메인으로 바로가기 위한 편의기능이지 키워드를 특정 도메인과 연결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가 익스플로러를 활용해 자국어도메인시장까지 넘보는 것은 공룡의 과욕이라는 시각이다. MS는 인터넷과 OS 등 양대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 의해 분할이 추진되고 있다. 실정이 이와 같음에도 KRNIC이 MS와 손잡고 한글 키워드 도메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은 상황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