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어 국제 도메인 찬반 논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영어 등 라틴어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인터넷 주소를 각 국가의 다양한 언어로 사용할 수 있는 ‘다국어 국가최상위도메인(IDN)’도입을 최종 승인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찬반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ICANN이 이번에 결정 내린 IDN은 한국(.kr),일본(.jp)와 같은 국가 도메인을 해당 국가의 문자로 적는 것이다. 가령 전자신문의 사이트 주소인 etnews.co.kr은 IDN이 도입되면 ‘이티뉴스.한국’으로 쓸 수 있게 된다. 이달 16일부터 도메인 등록을 받아 빠르면 오는 2010년 중순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승인 결정으로 아랍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도메인을 인터넷 주소창에 입력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언어의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웹 주소 등이 어려워 인터넷을 사용하기 꺼렸던 새로운 사용자 집단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ICANN은 내다봤다. 또한, 특정 언어그룹에 제공하게 위해 마케팅 수단으로 글로벌 웹사이트가 아닌 로컬 웹사이트 등과 같은 더 작은 웹사이트를 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경우 지역 특화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로드 벡스트롬 ICANN 대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지구촌 16억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닌 언어를 모국어로 쓴다”며 “이번 결정은 도메인 자체에서도 기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비영어권 수억명의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데려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키보드가 모든 언어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보안 문제, 인터넷 분열 등의 단점으로 논란 또한 일고 있다. 10만개가 넘는 언어들은 전통적인 키보드로 소화해내기 어렵다. 각국 개별 인터넷 주소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PC월드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키보드와 함께 제공되는 언어패키지 솔루션 등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또 각국 언어별로 비슷하거나 모양을 구분하기 어려운 문자들이 있어서 보안 문제도 보완해야 할 대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검색사이트인 google.com은 다른 사이트 go0gle.com으로 변경돼 사기에 이용될 수 있으며 피싱 수사에서도 쉽게 걸리지 않을 수 있다. PC 월드는 “이미 비슷한 보안문제는 발생한 바 있다”며 “다국어가 허용되면 이 같은 문제들이 더욱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불어나 스페인어, 터키어, 베트남어 등 알파벳에 엑센트(’)가 붙는 언어들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