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vs 유통사, 전자책 콘텐츠 놓고 ‘줄다리기’

한국출판콘텐츠와 인터파크가 전자책 콘텐츠 공급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진행 중이다. 자칫 출판사와 유통사끼리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18일 한국출판콘텐츠(KPC)와 인터파크 도서 부문의 전자책 콘텐츠 공급 계약이 난항을 겪고 있다. 두 업체는 지난 5월부터 콘텐츠 공급 건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고 6월부터 세부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비용 정산 등에 대한 견해차로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 KPC는 인터파크가 콘텐츠 판매 분에 대해 확실한 보증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남수 KPC 콘텐츠운영팀장은 “종이책은 판매량과 재고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전자책은 다르다”면서 “판매량을 확실하게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파크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보증 외에도 콘텐츠 이용료 등을 KPC가 요구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남창임 인터파크 홍보팀장은 “계약 세부 내용과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는 계약이 늦어질수록 두 업체 모두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PC는 현재 아이리버와 북센이 출자해 설립한 ‘북투’와 네오럭스가 운영하는 ‘누트몰닷컴’, 애플 앱스토어용 애플리케이션 ‘리디북스’ 등 3곳에만 자사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KPC 입장에서는 대형 온라인사이트에 콘텐츠를 공급해야 안정적인 수입이 발생하며, 이를 바탕으로 판로를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 주도권을 출판사가 쥐어야 한다는 게 KPC의 입장이다. KPC는 200여 출판사와 제휴를 맺고 이들의 종이책을 이퍼브(ePub) 형식의 전자책으로 변환해 유통사에 공급한다. 사실상 출판사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하는 KPC는 쉽게 계약 조건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전자책 시장도 종이책처럼 유통사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터파크도 조급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비스킷’은 전자책 단말기(e북) 판매량이나 콘텐츠 다운로드 수량 등이 기대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e북 사용자들은 단말기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로 최신 콘텐츠 부족을 꼽고 있지만 유통업체의 최신 콘텐츠 보유량은 기대에 못 미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터파크로서는 KPC와 계약 체결이 급선무인 것. 현재 가장 많은 최신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이 KPC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전자책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명제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한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애플 아이패드가 국내에 출시되면 기존 e잉크 기반 e북을 중심으로 한 사업은 어떻게 흘러갈 지 아무도 모른다”며 “그 전에 최신 콘텐츠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e북을 많이 판매해야 아이패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다”고 전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