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술판매 `전시행정` 논란

판매처 제한에 산업계 `실효성 의문` 제기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주류 판매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세청이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달부터 정식으로 인터넷에서 주류 판매를 허용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제조업체와 인터넷 쇼핑몰 등 산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급기야 TV홈쇼핑·인터넷 몰 등 주요 온라인 업체는 담당 부처에 건의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실력 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회장 신헌· 롯데홈쇼핑 대표)는 국세청에 인터넷 주류 판매와 관련해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협회는 수차례 국세청에 이달 1일부터 시행한 주류 판매가 실효성이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산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협회 측은 “정부가 비록 전통주지만 쇼핑몰 업체 숙원 사업의 하나였던 주류 판매를 허용했다” 며 “그러나 판매처를 지나치게 제한해 원래 취지인 규제 완화와 전통주 육성 모두 실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에 앞서 전통주에 한해 인터넷 판매를 허용키로 하고 관련 주세법 고시를 개정해 1일부터 시행했다. 고시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처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우체국, 전통주 제조업체 홈페이지로 제한했다. 또 청소년 접근 차단을 위해 성인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1인 50병 이내로 판매키로 했다.

그러나 시행한 지 한 달 남짓이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산업계 반응도 시큰둥하다. 먼저 일부 전통주 제조업체는 수 천만 원에 달하는 홈페이지 제작과 인증서 시스템 구축 비용 등으로 아직도 온라인 주류 판매를 망설이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와 우체국에 위탁 판매할 수 있지만 이들 쇼핑몰은 인지도가 미미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통주 제조업체 측은 “국세청 정식 발표가 3월 중순으로 준비 기간이 짧았고 전통주는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시스템 구축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며 “일부 카드사는 아직도 정확하게 공지가 이뤄지지 않아 카드 결제에 실랑이를 벌이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도 전시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류 판매를 허용했지만 지나치게 조건을 많이 내걸어 사실상 규제 완화 취지가 무색하다는 주장이다. 협회 김윤태 사무국장은 “이미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시점에 유통공사와 우체국으로 판매를 제한한 것은 또 다른 불평등 소지가 있다” 며 “인터넷 몰도 자체 성인 인증· 공인과 카드 인증 등으로 2중, 3중 시스템을 갖춰 놓은 상황에서 판매 채널을 확대해 전통주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오히려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국세청 측은 “규제 완화와 전통주 판로 확대가 제도 개선의 배경”이라며 “다소 미흡한 분야는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