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급형 디지털TV, 왜 이리 비싸?"

검증 안된 미출고 제품까지 포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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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디지털TV 전환 사업과 관련해 ‘보급형 디지털TV’를 공개했지만 일부 제품이 원래 취지와 어긋나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보급형 디지털TV와 디지털 방송을 아날로그 영상 신호로 바꿔주는 DtoA 박스(컨버터) 두 가지를 활용해 그동안 지적돼 왔던 ‘디지털 방송 정보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울진·강진·단양 3개 디지털전환 시범지역에 거주하는 국민 기초생활 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의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가 보급형 디지털TV를 구매할 때에 한해 1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디지털TV 보급을 위해 보급형 제품을 선정했다.

 일단 2012년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디지털TV 보급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무엇보다 기초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일부 제품은 오히려 인터넷쇼핑몰 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보급 제품인 LG전자 32인치 HD급 제품은 인터넷 최저가는 물론이고 평균 가격보다 오히려 4∼5%가 비싼 상황이다. 다나와 측은 “LG전자 32인치 모델은 8일 현재 최저가 가격이 54만2000원 수준이며 평균 인터넷 쇼핑몰 가격은 58만원대”라고 말했다.

 선정된 제품 중 삼성전자의 CRT방식을 제외한 LCD 모델(23·27인치)은 모두 모니터 겸용 제품으로 정부가 내건 전용 디지털TV 모델이 아니다. 풀HD급으로 돼 있지만 TV보다는 모니터에 가까운 상황이다. TV 겸용 모니터는 모니터가 주된 목적이며 여기에 TV포트를 사용해 TV를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이 때문에 거실과 안방에서 메인 TV로 사용하기보다 주로 학습과 업무용도로 많이 쓰인다. 일부 기능도 완전TV 전용 제품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소기업 제품은 아직 출시 전으로 품질·기능 면에서 검증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는 대기업도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품 가격을 낮춰 공급하는 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비슷하거나 더 낮춘 가격에 상용 제품을 내놓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이 나오더라도 일부 기능과 품질이 떨어져 오히려 보급형 TV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시범 사업 공모에 수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졌지만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중도에서 참여를 주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TV업체의 한 관계자는 “입찰 조건이 단순히 제품을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케팅과 프로모션 여기에 사후 서비스, 심지어 폐기된 아날로그 제품의 처분까지 모두 감당하는데 중소기업 측에서 이를 모두 수용하기 쉽지 않아 중도에서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TV 전환을 위해서는 임시방편격으로 자칫 시장 질서를 흐릴 수 있는 싼 제품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공동 캠페인 등 필요성을 알리면서 산업계와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지원책 등 건전한 시장 논리를 앞세운 현실적인 보급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소외 계층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를 늘리거나 보조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이 큰 정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요 자체를 견인할 환경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