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통신 심의, 사전 검열은 곤란하다

 이달 5일 출범한 제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민첩하다. 지난 주말 저녁 MBC-TV ‘뉴스데스크’의 이른바 ‘각목 살인사건’ 방송이 논란을 빚자 그제 “방송법 위반 여부를 심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 예정인데, MBC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혐오감)와 제38조(범죄·약물묘사)에 따른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잔학한 장면을 너무 자세히 보여줬다.

 같은 날 방통심의위는 주가 폭락을 노려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사제폭탄을 설치한 용의자가 잡힌 것도 재빨리 대응했다. 그제부터 폭발물 제조법을 게시하거나 유통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 등을 집중 모니터링해 삭제·차단하기로 했다. “폭발물 제조법을 게재한 사이트가 인터넷 이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범죄 충동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공공 안전을 위협하고 심각한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방통심의위의 설명이다. “통신 모니터를 집중 투입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형법 제119조(폭발물사용)과 제120조(예비·음모·선동) 등이 규제 근거다.

 방통심의위의 재빠른 움직임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신속히 업무를 처리한다”는 박만 방통심의위원장의 뜻이 투영된 결과로 보였다.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출신답다. 서울지방검찰청 공안부에서 박 위원장과 함께 일했던 최찬묵 방통심의위원도 속도전의 든든한 배경이다.

 MBC는 사후 규제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폭발물 관련 통신 규제는 사정이 다르다. ‘공공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사전 규제하는 것은 검열에 가깝다. 가뜩이나 공안검사 출신 심의위원 쪽이 득세한다는 평가를 받는 위원회다. 속도전에 앞서 ‘자의적인 사전 검열의 칼’을 빼든 것은 아닌 지 스스로 판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