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를 말한다] <7>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국가권력이 법을 어기지 않는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해선 안 됩니다.”

 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로 이화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본명 류철균)는 셧다운제 법안에 강력한 철회운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부에서는 상징적이라고 하는데 상징은 시를 쓸 때나 동원하는 개념이지 법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권력의 자기증식적 속성에 주목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와 국가권력은 끊임없이 권력을 키우기 위해 자가발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0시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이하 청소년의 게임을 규제하는 셧다운제 법안에 이어 앞으로 19세 법안, 21세 법안 등 추가 규제법안이 상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인화 교수는 “셧다운제를 입안한 기본 발상은 게임은 중독의 매개물이고 청소년에게 해로운 매체라는 부정적 발상이 깔려 있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전근대적 문제와 미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유해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정신생리학 연구실(Mind Lab)’ 조사결과에 따르면 게임을 하는 학생들은 실패했을 때 현실의 실패를 인정하고 즐길 뿐만 아니라 성공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제2의 목표를 찾아 움직이는 능동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침체(Depression)”라며 “놀지 못하는 상태, 정신적으로 의기소침해서 우울한 상태”라고 게임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한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 21세 대학생이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취미가 독서(2000∼3000시간)였고, 이어 TV시청(5000시간), 게임(1만시간)으로 나타났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매체를 부정적이고, 해악으로 보는 시각은 인류의 집단 지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게임을 하면 매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목표와 임무 및 삶의 법칙을 일상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부(Wealth)’지만 아이들이 추구하는 건 행복(Happiness)이라고 세대 간 서로 상반된 가치도 게임 유해론 기저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게임업계에 대해서도 각성해야 한다며 쓴 소리를 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주류산업으로 부상한 만큼 그에 합당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업계가 우리나라의 운명에 관련된 게임을 만든 적이 없다”면서 “산업을 이끌어 가는 주류매체답게 대사회적, 대국가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임 때문에 국회의원 28명이 사임하고 1700만파운드가 국고로 환수되기도 했다”며 “국가의 운명에 관련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말초적인 기술로 돈을 벌겠다는 마인드가 변하지 않는다면 포르노, 마약 업체와 유사한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