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2년만에 전력반도체 사업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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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특허 피소,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등으로 지난 1999년 공장을 매각하면서 철수했던 ‘전력반도체’ 사업에 다시 뛰어든다.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전력반도체 관련 선행 연구를 진행해온 삼성전자는 연내에 전문 연구 센터를 구축,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인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전력반도체 시장에 재진출, ‘메모리’ 위주 반도체 사업을 다변화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종합기술원(이하 삼성종기원)에 전력반도체 관련 신기술 선행 연구와 상용화 기술을 포괄적으로 담당할 ‘파워디바이스센터’를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

 최근 삼성종기원 내부에 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 이 태스크포스는 향후 기술 개발 방향과 시장성, 인력 확보 방안은 물론이고 삼성 그룹 차원의 연계 사업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파워디바이스센터는 고전력 스위칭 반도체인 ‘절연게이트양극트랜지스터(IGBT)’ 연구에 집중하면서 ‘질화갈륨(GaN)’과 ‘실리콘 카바이드(SiC)’ 등 신소자 연구도 병행한다.

 질화갈륨과 실리콘 카바이드 등은 해외 유력 전력반도체 업체들이 기술 확보에 집중하면서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삼성이 선행 기술을 개발할 경우, 관련 분야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질화갈륨 소자는 실리콘을 대체해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강점이 있는데다가 재료 가격이 최근 낮아지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력반도체 업계 선두업체인 인피니언테크놀로지가 연구프로젝트에 돌입한 가운데 삼성종기원은 삼성코닝정밀소재와 공동으로 질화갈륨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질화갈륨을 이용한 파워디바이스 연구 목적으로 미국 반도체장비업체인 비코로부터 유기금속화학증착기(MOCVD)를 도입했다.

 삼성은 질화갈륨 외에도 실리콘 카바이드를 이용, 기존 실리콘 기판을 대체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며 고전압 대용량 차세대 전력 반도체 개발에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1999년 전력반도체 사업을 페어차일드에 매각한 지 만 12년 만에 재진출을 노리는 것은 메모리,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신수종 사업 육성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태양광, 풍력,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등 새로운 그린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전력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가 삼성그룹의 에너지, 자동차, 가전 분야 전력반도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내수용’ 비중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141억달러(약 15조3000억원)로 올해는 152억달러(약 16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오는 2015년까지 연평균 11.5%의 고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력반도체는 신기술 확보가 어려워 메모리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종기원은 지난해 질화갈륨을 이용한 LED를 개발하는 등 선행 기술을 계속 연구해왔으며 최근에 전력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번 전용 센터 설립 추진은 삼성그룹 전체가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단순 연구개발 차원이 아닌 사업 진출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