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스마트폰 · 앱, 시각장애인 `홀대` 심하다

 시각장애인 이제승씨(34)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주거래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갔다가 ‘버튼’이라는 반복음만 열 네 번 듣고 크게 낙담했다. 메뉴 아이콘마다 ‘계좌조회’와 같은 한글 명칭이 적혀 있어야 보이스오버(Voice Over·문자음성재생) 기능이 작동하지만, 각 아이콘에는 이것이 없었던 것. 이씨는 “모든 버튼을 눌러야 내가 원하는 메뉴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것 때문에 거래은행을 바꿀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난감해 했다. 관련기사 12면

 스마트폰이 몰고 온 앱 혁명 속 장애인들은 이 같은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씨는 주변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국내 개발 앱 가운데 보이스오버 기능 등 이들의 접근이 가능한 앱 상품이 전체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대부분 흡족할 정도는 아니다. 이제승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앱에서 기차표를 예매하다가 마지막 단계의 시간과 인원 예약에서 보이스오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장애인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개발자(사)들이 조금만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들이 이처럼 낙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애플 등 앱스토어 운영사들은 현재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권고사항을 두고 있다. 다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등록심사에는 별도로 반영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당수 개발자들이 권고를 무시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기관·대기업조차도 이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이 이용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막히는 일이 빈번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애플 운용체계(OS)는 나은 편이다. 작은 빛도 감지할 수 없는 전맹 상태인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은 접근조차 하기 어렵다. 아이폰에서는 한글 보이스오버 기능이 작동하지만 국내에 나와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는 이런 기능 자체가 실행되지 않는다. 관련 기능이 있지만 구글에서 한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제조사도 구글 탓만 하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현재 안드로이드 계열 OS 스마트폰 사용설명서에는 관련 유료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이 또한 접근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내 제조사들이 해외 수출 모델 중에는 외국법 기준에 맞춰 음성해설 기능을 장착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별도 규정조차 없다. 동일 모델의 내수 제품에는 이 기능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애인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현준호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지난해 장애인들의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법을 바꾸었다”면서 “국내 기업들도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고 또한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장애인을 배려하는 기술과 제품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정책·산업대학원)는 “최근 취업 등을 목적으로 정부와 대기업에서 앱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며 “이들 교육과정에서 장애인 접근성 부분을 기본 과정으로 넣고 또한 필수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인식전환을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0년 정보격차지수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의 53.5%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71.2%는 PC를 보유하고 있으나,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1.3%로 국민 전체 15.6%에 비해 크게 낮았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