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기차 사업권 놓고 업계 합종연횡 치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고속 전기차 양산 프로젝트 수주전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참가 의사를 밝힌 6개 컨소시엄 중 2개가 탈락해 4강 구도로 압축된 가운데, 일부 기업은 기존의 협력관계를 재조정하는 등 물밑싸움이 한창이다. 정부는 최종적으로 2개 컨소시엄을 선정할 수 있다는 일부 관련업계의 소문에 대해 1개 컨소시엄만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10일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차세대 전기차 기반 그린수송시스템’ 분야에 참여한 6개 컨소시엄 중 쌍용차·현대차·GM대우·르노삼성 컨소시엄 등 4개 컨소시엄이 1차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테크윈 컨소시엄과 레오모터스 컨소시엄은 탈락했다.

 정부는 이달 29일까지 4개 업체로부터 서류를 접수해 다음 달 중순까지 컨소시엄을 선정해 오는 2013년까지 최대 1500억원을 몰아줄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각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의 핵심인 2차전지 개발 사업자를 누구로 선택했는지에 있다.

 쌍용차는 AD모터스 등 국내 전기차 업체에 2차 전지를 공급한 경험이 있는 코캄을 선택했다. 현대차는 GM·포드 등을 고객으로 확보한 LG화학과 최근 벤츠에 배터리를 공급한 SK이노베이션과 같은 조를 이뤘다. 르노삼성차는 삼성과 보쉬의 협력사인 SB리모티브를 택했다. GM코리아도 인도 타타자동차에 리튬배터리를 공급한 사례가 있는 EIG와 한 배를 탔다.

 같은 그룹 내 관계사 간 경쟁구도 등 합종연횡도 치열하다. LG화학은 현대차를 선택한 반면에 관계사인 LG전자는 GM코리아를 선택했다. LS그룹 내 LS산전은 르노삼성차를 LS전선은 GM코리아와 조를 이뤘다.

 최근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쌍용차와 인도와 협력관계가 있는 EIG 간 동맹 구도가 예상됐으나 EIG가 GM코리아 컨소시엄을 택했다. 이는 정부가 한 개 회사가 복수로 컨소시엄에 응모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전은 대기업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도 하다.

 쌍용차 컨소시엄은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 중심으로 구성됐다. 현대차 컨소시엄에는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만도 등 범 현대가가 참여했으며 르노삼성차 컨소시엄에는 SB리모티브와 삼성전기 등 삼성계열이 힘을 보탰다.

 정부는 전기차 성능의 마지노선을 닛산의 전기차인 ‘리프’를 능가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프는 한 번 충전 시 DC 50㎾급 고속충전기로 30분을 충전하면 160㎞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속도가 시속 140㎞에 달한다.

 지경부 R&D 전략기획단 고위관계자는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둬서 다국적 완성차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종 기업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현대차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 지분이 있는 만큼 순수 국내 기업이라고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외국계 회사도 정부지원을 받아 개발한 전기차는 해외 거점이 아니라 국내에서 우선 생산해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 전기차 국책과제 컨소시엄 현황>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