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게임 규제, 유저들이 뿔났다

게임 규제 의원 낙선 운동 명단이 지난 17일부터 인터넷으로 공유되고 있다.
게임 규제 의원 낙선 운동 명단이 지난 17일부터 인터넷으로 공유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 없는 악법을 규탄한다.(아이디 lifedefrager)”

 “우리나라에서 닌텐도 같은 회사를 바라는 게 죄입니다.(아이디 lappy)”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에 이어 게임사의 매출 1%를 기금으로 걷는 ‘막무가내식 입법안’에 인터넷 유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규제하는 낙선운동 의원 명단을 배포하고 셧다운제·기금법 반대 인터넷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셧다운제가 4월 국회로 계류되고, 지난 18일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은 게임사의 매출 1%를 기금으로 징수하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유저들은 게임을 향한 원색적 비난과 무조건적 규제 움직임에 경악했다.

 셧다운제 등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가족부에 화살이 쏟아졌다. 여성가족부 인터넷 홈페이지 열린 발언대에는 일주일 간 수 백개의 항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남긴 문희진 씨는 “게임업체의 매출 1%를 강제 징수해야 하는 이유를 타당성 있게 제시해달라”며 “대부분 아무도 모르게 진출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업체가 대다수인데 마치 게임업체들에 강제로 벌금을 부과해서 자기 주머니에 돈 챙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게임이 술과 담배 같은 청소년 유해물과 나란히 지목되자 유저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셧다운제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최영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총 21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의 명단이 블로그 등 인터넷에 빠르게 공유됐다. 또 기금법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 10여명까지 명단에 추가하며 게임 규제에 나선 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등장했다.

 인터넷에 능숙한 사용자들은 구글독스 같은 인터넷 워드프로세서를 통해 서명운동도 추진했다. 구글독스로 만들어진 인터넷 서명란에는 만 하루만에 직장인부터 게임 개발자, 학생, 편집자 등 100여명 이상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자신을 대학생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한 강성훈 씨는 “여성부는 (게임과 인터넷 중독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이 기본적인 오류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여가부의 존재가치는 없다”는 의견을 남겼다.

 게임을 향한 과격한 비난이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유저들의 집단행동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15일 권장희 놀이미디어센터 소장은 “인터넷 게임을 반복적으로 하면 뇌의 전두엽 기능이 짐승의 뇌처럼 변한다”며 “요즘 교실에 보면 외모의 형상은 사람인데 뇌 상태는 짐승과 같아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권 소장의 말에 유저들은 “게임하는 아이들의 뇌가 짐승이라면,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프로게이머의 뇌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인터넷 유저들은 청소년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타당성이 부족한 입법안과 무조건적 규제나 차단이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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