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31>디시인사이드

 한국 인터넷 문화의 성지. 인터넷 이디엄의 근원이자 모태이다.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1999년 설립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일컫는 고유명사지만, 우리나라의 인터넷 하위문화를 대표하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줄여서 ‘디시’라고도 한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갖가지 주제에 대해 자기 의견과 생각을 ‘싸며’ 노는 초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물론 의견이나 생각이 전혀 없이 뻘글만 쏟아내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초기의 ‘폐인’과 ‘아햏햏’에서 최근의 북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해킹까지, 인터넷과 연관된 모든 신조어와 사건사고, 유행은 디시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방대한 관심사를 가진 네티즌들의 집합처란 점에서 커뮤니티의 전체 성격을 정리하기는 힘들다. 분위기는 적나라하고 솔직하며, 적당히 천박하면서 활기차고 집요하다 할 수 있는데, 디시 사용자들 사이의 표현을 빌자면 ‘병신같다’는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다.

 악플과 신상털기의 온상으로 비난받지만, 다른 인터넷 기업들이 주민등록번호 수집해 회원 통제권 높이기에 열중할 때 홀로 익명의 가치를 지켜 온 리버럴한 사이트이기도 하다.

 가격은 놀랍게도 5억5000만원. 디시인사이드는 최근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인터넷 팩토리’라는 네이버 검색도 안 되는 신생 회사에 서비스와 자산을 매각했다.

 이로 인해 디시인사이드가 약화되고 디시에서 놀던 잉여들이 다른 포털이나 커뮤니티로 흩어져 전체 인터넷이 반달리즘에 빠지는 대격변의 시대가 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증권가 머니 게임에 연루된 디시의 전력을 들어 이번 매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어쨌든 디시인사이드가 우리에게 인터넷의 즐거움과 찌질함을 맛보게 했다는 점엔 이론이 없다. 디시가 없었다면 이 컬럼도 없었을 것이다. 오버추어가 놀랄 정도로 낮은 광고 대비 클릭률을 보이면서도 꿋꿋이 인터넷 잉여들의 격리 수용소 역할을 해온 디시인사이드의 오늘날의 어려움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무한한 애정을 담아 이 글을 바친다.

 

 * 생활 속 한 마디

 A:왜 그렇게 디시인사이드에 자주 접속하세요?

 B:인터넷은 내게 종교예요. 디시인사이드는 내게 성전이고 갤러리의 뻘글들은 내게 경전입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