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센터는 유휴자원? No!

주요 은행, `액티브-액티브` 방식 채택...평소 때 놀리지 않고 테스트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

백업센터는 유휴자원?  No!

 보통 백업센터는 유휴 자원으로 취급받고는 한다. 1년에 두 차례 정도 실시하는 모의훈련을 제외하면 재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사실상 쓸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이 때문에 백업센터를 ‘보험료’에 비유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 수밖에 없는 보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백업센터를 유휴자원이 아닌 평상시 필요한 업무를 분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주센터만큼은 아니지만 백업센터에는 적잖은 규모의 자원이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업센터 활용 전략은 IT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주로 대형 은행들이 백업센터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은행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이다.

 국민은행은 2009년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당시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개통하면서 여의도에 있는 주센터와 염창·목동에 위치한 백업센터를 평상시에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상은 인터넷뱅킹 업무다.

 평상시에도 주센터와 염창동, 목동 백업센터가 6:3;1 비율로 부하를 분산해 처리하다가 한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나머지 센터로 업무가 이관되도록 한 것이다. 최근 들어 상당수 은행들이 인터넷뱅킹 분야에 이 같은 백업체계를 적용하고 있다는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용인 마북리에 위치한 백업센터의 전 서버를 테스트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백업센터 자원을 프로그램 개발과 변경 등의 테스트에 활용하고 재해가 발생하면 바로 재해복구(DR)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1999년 재해복구센터를 처음 설립할 때부터 이런 구조를 도입했다. 2006년 조흥은행 합병 후 IT통합 프로젝트를 하면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버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진작부터 백업센터를 테스트용으로 활용해왔다”면서 “향후 죽전으로 주센터를 이전하고 현 일산 주센터가 백업센터로 활용되더라도 이런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설 연휴기간 상암동으로 주전산센터를 이전하면서 재해복구시스템을 가동해 서비스 중단 시간을 최소화했다. 또 현재 백업센터 서버 대부분에 테스트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일반 테스트뿐만 아니라 대규모 업그레이드 시에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부하분산솔루션(GSLB)을 사용해 월말 등 트래픽이 몰리는 시기에 주센터와 백업센터의 인터넷뱅킹 서버를 8 대 2의 비율로 활용하고 있다. 2000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GSLB는 네트워크 차원의 DR솔루션으로 한곳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서비스가 가능한 다른 곳에 우회 연결되도록 해준다.

 기업은행은 서버통합 프로젝트를 통해 생겨난 백업센터의 통합 서버를 논리적 분할(LPAR) 기술로 나눠 일부 영역에서는 테스트 업무를 하고 있다. 퇴직연금, 자금세탁 방지, 신용카드,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 등 테스트 대상 업무도 다양하다.

 웹 서버는 글로벌 트래픽 매니저(GTM)를 사용해 액티브-액티브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업무 부하를 분산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등 웹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고 평소 활용으로 인해 시스템 안정성이 검증돼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복구 시간을 단축해준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안재용 한국IBM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전문위원은 “재해복구시스템은 일종의 보험으로 인식돼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던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활용하는 법에 따라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