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진, 재부팅없는 컴퓨터 개발 단초 제시

포스텍 연구진, 반도체 기술로 단초 제시

이동헌 박사
이동헌 박사

불량 반도체가 재부팅 없는 컴퓨터 시대를 연다.

 포스텍(포항공대) 출신의 이동헌 박사(미 오하이오주립대 박사후과정)와 같은 대학 제이 굽타 교수팀이 불량 반도체를 오히려 새로운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동헌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를 ‘갈륨비소 반도체 내 전하를 띠는 결함을 이용, 도핑 원자의 결합에너지 조절’이란 제목으로 23일(현지시간) 발간된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반도체 속 원자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관련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에 사용되는 원자는 온도와 전압에 따라 반도체 안에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원자 사이의 결합에너지는 컴퓨터용 소자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원자 가운데 하나가 공정상 실수로 빠지게 되면 반도체 성능을 떨어뜨려 불량의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이 반도체의 원자가 빠진 자리를 퍼즐처럼 이용해 원자를 재배치하는 한편, 원자가 빠진 자리는 전하를 띠게 돼 각 원자 간의 결합에너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방법을 응용하면 동일한 원자라도 다른 특성을 갖는 원자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며, 기존 반도체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소자 개발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각 원자의 특성 조절이 중요해지면서 이번 연구처럼 원자 하나하나의 특성을 조절하는 기술의 필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경쟁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컴퓨터의 CPU나 램(RAM)을 하나의 소자로 결합해 전력 손실이 적고 재부팅도 필요 없는 컴퓨터 개발에도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헌 박사는 “반도체 산업에 원자를 조절하는 기술이 적용되면 컴퓨터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양자컴퓨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컴퓨터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